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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새해 경제정책, 혁신 의지가 안보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9 17:34

수정 2019.12.19 19:14

사회적 타협 '한걸음모델'
뜻 좋지만 현실성 떨어져
정부가 19일 청와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발표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높은 2.4%로 잡았다. 한국 경제가 올해 바닥을 치고 내년부터는 반등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또 내년에는 민간·공공 부문 등에서 총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창출해 경기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은 그동안 정부가 시행한 정책이 성과를 거둬야 하는 때"라면서 "경제팀이 하나가 되어 목표를 이뤄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경제정책 중 우리는 신산업과 관련한 규제혁신 부분에 주목한다.
정부는 공유경제와 같은 신산업이 갈등 없이 우리 경제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의 하나로 가칭 '한걸음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각각의 이해관계자가 한 걸음씩 물러날 때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는 의미로, 최근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킨 '타다' 논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신산업으로 인한 갈등이 발생했을 땐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토론을 통해 의견을 1차 수렴한 후 △규제샌드박스 활용 △상생혁신기금 조성 △이익공유협약 체결 △협동조합 결성 같은 절차를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의도와 달리 이 모델이 과연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이같은 모델은 올해 초 카풀 시범서비스를 놓고 승차공유업계와 택시업계가 대립할 때 등장했던 '사회적 대타협기구'와 다를 것이 없다. 당시에도 카풀사업자와 택시 관련 단체,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부 등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했으나 아직도 속시원히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정부·택시업계와 갈등하며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는 타다만 놓고 봐도 이는 이미 실패한 모델이다.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자본주의의 본질로 파악했다.
슘페터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국내 1세대 벤처기업가 이민화 전 KAIST 교수는 "기존 산업과 새로운 산업이 충돌할 때 정부는 이익집단들을 적당히 타협시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편에 서서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도록 규제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한걸음 모델'은 과감한 규제혁신 방안이 아니라 책임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정부는 혁신을 장려하되 경쟁에서 뒤처진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모든 정책역량을 집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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