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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탈원전 철회" 원로들 고언, 언제까지 외면하려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0 17:51

수정 2019.12.20 17:51

역대 정부에서 과학기술담당 부총리, 장관 등을 지낸 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탈원전 정책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19일 한국원자력안전아카데미 간담회에 참석한 권숙일·김진현·정근모 전 과기처 장관 등 원로 13명이 작성한 건의문을 통해서다. 이 대열엔 김우식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과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등 김대중·노무현정부 인사들도 가세했다. 정부는 탈원전을 고집하면 국가경쟁력을 상실한다는 원로들의 충정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이들의 건의문엔 "탈원전 정책으로 대한민국이 망해가고 있다"는 격정적 표현까지 등장한다. 괜한 기우로만 들리지 않는다.
당장 정부가 탈원전 깃발을 든 이후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면서다. 원전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두산중공업과 협력업체 등의 2만4000가구가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산업 전반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다. 태양광·풍력 등이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수요가 계속 늘어나 결국 전기료 인상이 뒤따르면 국내 제조업 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과학기술계 원로들의 말마따나 한국의 탈원전은 "21세기 미스터리"로 비친다. 세계적 원전기술을 보유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서다. 며칠 전 유럽연합(EU) 정상들이 격론 끝에 원전을 기후변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을 막을 대안으로 인정했다.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재분류한, 일종의 '원전 유턴' 명분이다. EU 몇몇 나라의 탈원전 모델을 벤치마킹했던 한국 정부가 머쓱하게 된 격이다.

문재인정부가 영화 '판도라'가 던진 가공의 '원전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 세계 원전시장은 미국 등 기존 강국에 도전장을 낸 러시아·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 사이 우리는 곁불 쬐는 신세로 전락했다. 정부가 국내 원전 부품사들을 대동해 러시아 원전업체를 찾아 납품 상담을 하려는 판이니 말이다.

탈원전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의 허점 못잖게 경제 전반의 활력 상실이 걱정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탈원전에 따른 2020~2030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감소폭을 0.63%로 추정할 정도라서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무너진 원전 생태계 복원에 나설 때다.
정부는 원로들이 건의한 것처럼 최소한 사업을 중단한 신한울 3·4호기 공사라도 재개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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