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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동산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2 17:53

수정 2019.12.22 17:53

다주택자 때리기론 한계
차가운 머리로 접근하길
부동산 정책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한마디로 정치색이 너무 짙다. 고위 공직자 입에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듯한 발언이 서슴없이 나온다. 정치권은 맞장구를 친다. 부동산은 난제 중의 난제다. 정교한 경제논리로 접근해도 풀릴까 말까다.
지금처럼 정치논리로 접근하면 영락없이 지는 게임이다.

지난주 12·16 대책이 나온 날,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수도권에 두 채 이상 집을 가진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은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튿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세종 아파트를 팔겠다"고 나섰다. 18일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부처 고위 공직자도 한 채만 빼고 처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19일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총선에 출마하는 모든 민주당 후보들이 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을 처분할 것을 서약하자"고 제안했다.

권고라지만 해당자들은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 조항(23조①항)과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고위 공직자든 아니든 재산권을 박탈할 만한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다주택자라는 이유만으로 집을 팔라고 압력을 넣은 것은 옳지 않다. 한발 양보해서 노 실장과 이 원내대표는 정치인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 치자. 하지만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홍 부총리와 은 위원장이 이 같은 정치적 접근에 동조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노무현정부는 반면교사다. 참여정부는 버블세븐 논란 속에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은 꼭 잡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열을 올릴수록 시장은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지금 문재인정부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정부는 열이 잔뜩 오른 나머지 벌써 18번째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은 마치 두더지잡기 게임에 나오는 두더지처럼 줄기차게 머리를 내민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두더지다.

집값을 잡고 싶다면 먼저 부동산 시장에서 정치를 떨어내야 한다. 수요·공급에 바탕을 둔 차가운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감정이 실린 잦은 대책은 되레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다주택 공직자의 팔을 비트는 식의 부동산 포퓰리즘으론 집값을 잡을 수 없다. 12·16 대책처럼 망치를 휘둘러서도 곤란하다.
합리적인 보유세 인상 로드맵을 제시하고, 괜찮은 임대주택을 짓는 데 더 힘을 쏟으면 시장은 자연 안정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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