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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타다'가 내리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5 17:16

수정 2019.12.25 17:16

[fn논단]'타다'가 내리면
타다를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의 최종적인 단계에 가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에서는 본회의에 올라오면 법안을 의결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공유경제의 대명사로 일컬어져왔던 타다가 종료되면 국토부가 7월 발표한 택시혁신안이 타다를 대체하게 되고, 그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타다는 국민적 지지를 뒤로한 채 1년 반 이후 완전히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타다를 두고 공유경제 시대의 혁신 아이콘이라는 찬사도 있지만 비판도 있다. 검찰은 타다를 법망을 교묘하게 회피한 불법 택시영업으로 규정하고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고, 타다가 경유 기반의 전문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한 렌터카 서비스이기 때문에 환경오염과 혼잡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유휴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공유경제의 도입 취지와 거리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관련 업계에서도 최근 타다가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운행 대수를 300대에서 1500대로 늘리고, 내년에 1만대로 늘려서 시장을 독식하려 한다고 타다를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타다가 사업을 중단하면 득보다는 실이 크다. 우선 이미 세계의 승차공유 시장은 우버, 디디추싱, 그랩 등과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에 의해 점령된 상태이고, 우리는 대응할 기업이 없다. 다만 이들 기업에서도 일반인이 각자 소유한 차량을 운전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차량의 질, 친절도, 운전 숙련도 등에서 불확실성이 크고, 운전자들이 노동자로 대우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반면 타다는 차량 배차를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고, 서비스 교육을 받은 전문기사가 운전을 담당하며, 차체도 일반 차량에 비해 크고 고급스러워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동하기 편리하다는 점에서 해외 승차공유 서비스 대비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타다 같은 기업이 사라지면 향후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키기 어려울 뿐 아니라 우리의 혁신 모델이 해외에서 새로운 승차공유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잃게 된다.

중국 인공지능의 아버지 리카이푸는 최근 저서 'AI 슈퍼파워'에서 중국의 인공지능 기반 인터넷 기업들이 미국에 비해 경쟁력을 갖는 이유를 '가벼운 접근'보다 '무거운 접근'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거운 접근'이란 인공지능 기업이 정보 플랫폼 운영에만 머물지 않고 실물 차원의 시장 유통에도 참여해 사업영역을 확장해 간다는 것이다. 중국의 승차공유 회사 디디추싱은 플랫폼을 통해 얻은 다양한 운전자 정보와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주유소 영업, 자동차 정비소 및 배달 등으로 영업을 확장해 창립 10년 만에 50조가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타다의 깃발을 내리면 2026년까지 3000조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인공지능 시장에서 경쟁할 유망 벤처기업의 싹을 우리 스스로 자르고, 동시에 '무거운 접근'을 통해 국내 산업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효과도 포기하는 것이 된다.

정부의 택시혁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타다는 '플랫폼운송사업'에 의해 대체된다.
사업 규모를 택시면허 총량 범위로 제한하고, 늘리려면 기여금을 내고 기존 택시면허를 사야 하는 등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다. 또한 타다 같은 한국 고유 승차공유 모델의 허용 여부, 플랫폼 기업의 네트워크 효과를 위해 영업 범위를 전국화하고 MaaS와 같은 통합교통서비스도 허용할지 여부 그리고 참여기업이 중국의 인공지능 기업과 같이 '무거운 접근'을 통해 택시 이외 사업으로 다각화하는 것을 허용할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타다 중단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정부의 세심한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 전 한국교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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