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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빚더미에 눌린 고령자, 예삿일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6 17:19

수정 2019.12.26 17:19

베이비부머 무더기 은퇴
정년연장 놓고 논의 필요
전체 가계빚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유독 60대 이상 고령자의 가계빚이 크게 늘고, 질도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6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의 분석 내용이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 3·4분기까지 60대 이상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9.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30대 이하는 7.6%, 40대는 3.3%, 50대는 4.4%에 그쳤다. 또 지난 3·4분기 말 기준 60대 이상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12.6%로 다른 연령층보다 높았다. 한은은 "빚 갚을 능력이 취약한 60대 이상 고연령층 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부채 건전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령층의 빚 증가는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 몇 년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가 대거 은퇴기를 맞았다. 고령자가 은퇴한 뒤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다. 대출을 받아 임대업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자영업은 진입장벽이 낮은 대신 위태롭고, 임대업도 저금리 기조 아래서 수익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 고령자 가계부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이유다.

대응책으로 늘 거론되는 것이 정년연장이다. 정부도 지난 9월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일본식 계속고용제를 모델로 정년연장 필요성을 제기했다. 인구감소 시대에 생산연령을 확충하려면 정년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노인빈곤 문제 해결과 연결된다. 지금은 정년(60세)과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 사이에 넓게는 5년간 연금 크레바스가 존재한다. 이 둘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크레바스를 없애면 고령층 가계빚 관리도 한결 수월해진다.

그러나 정년연장엔 반대 목소리도 크다. 특히 재계는 노동개혁 없는 정년연장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반대한다. 미국은 정년이 없는 대신 해고가 자유롭다. 우리도 먼저 이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년을 늘리면 기성세대가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한국은 아직 사회안전망이 부실하다. 국민연금 수령액은 아직 쥐꼬리다.
이러니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은 늘 노인빈곤율이 최고 수준이다. 한은 보고서는 이런 상태에서 고령자 은퇴가 무더기로 이어지면 금융안정마저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 사회가 정년연장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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