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번 사태를 벤처·스타트업 활성화 측면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잘 키운 기업을 해외자본에 넘기는 것에 대한 소비자의 아쉬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이번 인수합병은 사실 창업생태계 활성화 측면에서 보자면 '굿 딜'이다.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으론 기업공개(IPO)와 M&A가 있다. 배민이 IPO를 통해 국내 증시에 상장됐으면 더 좋았겠지만 국내 IPO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배민의 이번 인수합병은 오히려 투자금 회수 성공사례로 평가하는 것이 맞다.
민족주의적 감정을 앞세워 외국자본을 배척하는 발상 역시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인터넷에는 "민족을 내세우며 애국마케팅을 하더니 독일에 회사를 팔아치우냐" 는 등의 비난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쿠팡(일본 소프트뱅크), 직방(미국 골드만삭스), 토스(미국 페이팔) 등 잘나가는 국내 유니콘 기업에는 이미 외국자본이 다 들어와 있다. 벤처·스타트업 투자는 물론 회수 시장 역시 미약한 우리로선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또 마음만 먹으면 어느 나라 주식이든 사고 팔 수 있는 시대에 자금의 국적을 따지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다만 인수합병에 따른 독과점 논란에는 뼈아픈 지점이 있다. 국내에서 이미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는 DH가 배민을 인수하게 되면 DH의 시장점유율은 98%에 육박한다. 물론 배민의 논리대로 시장 범위를 쿠팡, 마켓컬리 등 새로운 형태의 배달기업으로 확대할 땐 얘기가 달라진다. 혁신과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도 별도로 따져볼 문제들이 있다. 기업결합 심사를 앞둔 공정거래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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