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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박용만 상의 회장의 눈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30 17:34

수정 2019.12.30 17:34

규제에 가로막힌 경제
새해엔 정치가 길터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눈물로 규제개혁을 호소했다. 박 회장은 29일 출입기자단과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구조적 장벽 때문에 성장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국회의 입법 미비와 공무원들의 소극적 행정, 신산업과 기존 기득권 집단 간 갈등 등이 우리 경제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낡은 법과 제도의 틀을 바꿔줘야 하는데 국회가 전혀 협조를 안해주고 있다"며 국회에 관련 입법을 촉구할 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 회장이 규제개혁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회장은 각종 경제·규제개혁 입법 촉구를 위해 20대 국회 기간 국회를 16번이나 찾았다. 지난 7월 일본이 경제보복을 해올 땐 "일본은 정부 부처 간 공동작업까지 해가며 보복을 해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며 "이제는 정치가 경제를 놓아줘야 할 때"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조국사태로 정기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던 지난 9월엔 "우리 경제가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 같다"며 "벤처와 신사업 분야 계류법안 중 쟁점 없는 법안들만이라도 우선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는 이른바 '데이터 3법'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는데, 이 법은 아직도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같은 날 일제히 발표된 주요 경제단체장들의 신년사도 절박하긴 마찬가지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내년 우리 경제는 다시 일어서느냐 주저앉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낡은 규제, 발목을 잡는 규제는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길을 터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새해에는 기업 활력 제고가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인식돼야 한다"며 법인세율·상속세 인하, 유연근로제 활성화 입법 등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또 김영주 무역협회장은 "이제 기존의 성장모델만으론 성공신화를 이어갈 수 없다"며 차세대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등 신산업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인들의 절박함과 달리 정치권의 우리 경제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천하태평인 듯해 안타깝다.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높은 2.4%로 잡았지만 이의 달성을 낙관하는 기업인은 많지 않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가 현실에서도 가능한 수치가 되기 위해선 경제인들이 한목소리로 주문하고 있는 규제개혁과 기업활성화 법안 입법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새해에는 경제인들의 입에서 "정치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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