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영장실질심사 둘러싼 국민 불신은 법관의 과거 업보"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1 10:30

수정 2020.01.01 10:29

[fn이사람]최영승 대한법무사협회장
"잘못된 구속제도 운용이 사법불신 원인..불구속수사 정착해야"
"영장실질심사 둘러싼 국민 불신은 법관의 과거 업보"
[파이낸셜뉴스] 최근 몇 년간 영장실질심사제도를 둘러싼 국민적 관심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간에 오르내리는 유명인들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날이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관련 검색어가 순위권을 가득 채운다. 구속영장 발부 또는 기각에 따라 영장전담판사에 대한 신상 털기나 눈뜨고 못 볼 비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영승 대한법무사협회장(사진)은 영장실질심사가 여론의 불신을 받게 된 원인에 대해 "법관이 검사의 영장청구에 너무 관대하게 발부해 온 과거의 업보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무분별한 구속수사 관행을 막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관들이 여론의 공격대상이 되는 것도 결국에는 잘못된 구속제도를 운용해 왔기 때문"이라며 "정상적으로 구속제도를 운용해 왔더라면 불구속 수사가 정착됐을 것이고, 수사기관의 구속에 크게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었다"고 최 회장은 설명했다.


특히 최근 들어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의 중대성'이 독자적 구속사유로 여겨지는 경향에 대해서도 작심 비판했다. 그는 "범죄의 중대성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사유를 판단하는 고려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이를 구속사유에 포함하면) 법정형이 높은 중대한 범죄는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어도 무조건 구속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구속사유에 대한 원칙적이고 엄격한 심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자칫 법관의 영장발부 판단이 여론에 휩쓸릴 수 있다는 취지다.

검찰의 '구속 만능주의'에 대해서는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구속은 수사 및 재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수단적 성격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나 형벌이 아니다"며 "그러나 현재의 세태는 수사기관의 구속이 마치 모든 사법의 정점인 것처럼 비춰져 수사절차에서 구속에 목을 매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법원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제어해야 한다. 구속요건으로 먼저, 범죄혐의의 상당성을 판단한 후 구속사유만으로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나머지는 모두 재판 과정에서 반영하면 된다"고 했다.

불구속 재판 원칙에 맞도록 보석제도를 전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다만 보석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야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도주우려가 없다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불구속재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석을 허가해주는 사건은 대부분 집행유예로 나간다는 옛 공식은 무조건 깨져야 한다"며 "보석은 피고인의 권리·무죄추정의 원칙, 나아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으로 접근해야지, 과거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법관의 은혜'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18년 6월 취임한 후 임기 반환점을 맞았다. 그는 임기 후반기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국민의 재산권보호 및 등기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대한변호사협회, 대법원과 협력해 등기의 진정성 강화 방안 마련에 힘을 쏟겠다"며 "등기시장의 안정화는 법무사나 변호사의 업무영역의 차원을 넘어 국민의 재산권보호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는 사항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률은 그 준수자인 국민이 쉽게 알아야 국민편익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서 생활법률운동 전파를 해나갈 것"이라며 "공익, 인권가치를 지향하면서 법무사의 사회적 책무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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