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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재보궐 선거 개선을 통한 개혁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2 17:17

수정 2020.01.02 17:17

[여의나루] 재보궐 선거 개선을 통한 개혁
지난달 26일 금융당국에서는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의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은행들에 제재조치를 내려보냈고, 관련 금융소비자들은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원금손실을 감내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태를 통해서 상황을 잘 관리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결국 가장 큰 책임의 주체는 해당 상품을 불완전판매한 은행들이다. 또한 일부 애절한 사연들에도 불구하고 상품을 구매한 금융소비자들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안타깝지만 일반 국민 관점에서 이러한 제도적인 책임은 과거와 비교해서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책임이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재보궐선거이다.
선출된 지역구 대표자가 사망·질병과 같은 이유로 자리를 비운 경우는 불가피함으로 인해서 제외하더라도, 대표자가 범법행위로 자리를 비우더라도 그 후보로 공천했던 정당과 이를 선택했던 유권자들은 책임지지 않는다. 책임은커녕 오히려 대부분은 국가가 세금을 써가면서 재선거에 따른 행정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다.

이러한 재보궐선거의 개선은 단순한 행정비용의 문제를 넘어서 선거와 정치 개혁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 먼저, 재보궐선거 제한이나 폐지는 지역 유권자들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보상을 막을 수 있다. 현재 재보궐선거 기간에는 여당과 야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면서 모든 국가적인 관심과 예산이 해당 지역에 집중된다. 따라서 해당 지역 유권자로서는 될 수 있으면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도록 잠재적인 범법자를 지역의 대표자로 선출하는 것이 지역개발을 위해 더 나은 결정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대표자를 선출해서 재보궐선거를 하지 않은 다른 지역 국민으로서는 이는 매우 부당하고 불공평한 것이다. 이는 은행의 불완전판매에도 불구하고 고위험 금융상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손실을 얼마라도 짊어지고 가는 것과 대비된다. 어쩌면, 선출한 대표자가 범법행위로 인해 자격을 잃었으면 지역 유권자들도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고 다음 선거전까지는 지역구 대표 없이 지내는 것이 공평한 것이다.

또한 재보궐선거가 제한되거나 폐지돼 유권자들이 지역 대표성 유지의 엄중함을 인식한다면 정당들도 토사구팽용 인사영입을 통한 보여주기식 공천이 아닌 진정한 개혁공천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지역에서는 재보궐선거가 이뤄져도 같은 정당의 인물이 당선되어 국회 내 의석수가 감소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보궐선거가 없다면, 그 정당은 국회 내 의석수 감소를 감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역 대표자가 없어진 지역 유권자들의 잘못된 공천에 대한 엄정한 심판을 다음 선거에서 각오해야 한다. 정당들이 그런 점들을 우려한다면 문제가 될 만한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는 개혁공천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은행들이 금융상품을 불완전판매를 했으면 금융당국의 제재를 각오해야 하는 것과 같이 상식적인 것이다.

아울러 일부 중진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인 후 재보궐선거를 통해 회생하는 소위 꼼수 불출마와 같은 보여주기식 정치도 자리잡기 힘들어질 것이다.


선거 개혁이 반드시 복잡한 계산식이나 경우의 수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정말 개혁이 목적이라면, 국민적인 상식에 맞는 정당과 유권자의 책임성 강화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모쪼록 재보궐선거 개선을 통해 2020년부터 바람직한 선거 문화가 자리잡기를 희망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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