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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혁신과 상생, 두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있을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2 17:17

수정 2020.01.02 17:17

文대통령 신년 인사회
어정쩡한 실패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에는 더욱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2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과 공정사회 개혁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권력기관 개혁은 검찰 개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공정사회 개혁'에 주목한다. 문 대통령은 "성장의 원동력인 혁신을 뒷받침하는 것도 공정에 대한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순서를 두자면 '공정→혁신→성장'인 셈이다. 신년인사회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도 참석했다.

누가 감히 공정에 어깃장을 놓을 수 있을까. 문제는 무엇이 공정한가를 두고 기준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문 정부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지향한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3대 축이다. 공정경제로 초점을 좁히면 정부는 무엇보다 상법과 공정거래법을 뜯어고치고 싶어한다. 그래야 공정한 거래질서가 형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재계는 개정안에 결사반대다.

지금 상법은 몇 년째 국회에 묶여 있다. 그러자 법무부는 시행령을 바꿔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내용 등을 집어넣으려 했다. 일종의 우회전술인 셈이다. 하지만 이들 두고도 재계에서 반발이 컸다. 이처럼 현실세계에서 공정을 보는 시각은 딴판이다.

사실 공정→혁신→성장 단계론이 시장에서 제대로 굴러갈지는 미지수다. 좋은 뜻에도 불구하고 공정은 시장에서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상생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사례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들 수 있다. 개정안은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의무휴업을 신세계 스타필드 같은 복합쇼핑몰까지 넓히려 한다. 이에 대해 상의는 "전통시장 등 경제적 약자 보호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복합쇼핑몰 규제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대형마트를 강제로 며칠 쉬게 했지만 전통시장이 살아난 것 같진 않다.

문 대통령은 "상생도약을 위해 새해엔 특히 경제혁신에 더 힘을 쏟겠다"며 "신기술·신산업의 진입과 성장을 가로막는 기득권의 규제도 더욱 과감하게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도는 좋지만 상생과 혁신은 어울리기 힘든 단어다.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는 타다가 지난해 기존 택시기사들과 줄곧 충돌을 빚은 사례가 증거다. 냉정하게 말하면, 기득권의 벽을 깨려면 혁신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혁신과 상생을 동시에 얻으려는 시도는 어정쩡한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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