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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득권 혁신하겠다"는 文, 제발 그렇게 되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3 17:11

수정 2020.01.03 18:07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신기술·신산업의 진입과 성장을 가로막는 기득권의 규제를 더욱 과감하게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이후 처음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가진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였다.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경제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 모두 대통령의 언급에 귀를 쫑긋했을 법하다.

그러나 경제계에 긴가민가하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는 노파심도 든다. 정부가 연초에는 늘 혁신과 규제개혁에 방점을 찍고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지만 구두선에 그치기 일쑤여서다.
지난 한 해 국회가 발의한 규제입법 건수가 무려 1200건에 달한다는 3일자 언론 보도가 그 방증이다. 가뜩이나 20대 국회는 4년간 4000건 가까이 규제안을 쏟아낸 '규제 제조창'이었다. 정당별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974건을 내놔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중 관광진흥 차원에서 시작한 전통 소싸움 경기장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설치를 막는 법안까지 있다니, 혀를 찰 노릇이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산업계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힘겨운 대내외적 여건에도 얼마 전 세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현대차도 2025년까지 전기차 등 미래산업에 총 1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초격차 기술 투자를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와 국회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말이다.

오래전 어느 기업인이 "경제는 2류, 정치는 4류"라고 발언했다가 큰 곤욕을 겪었던 기억이 난다. 작금의 현실이 그가 털어놓은 '불편한 진실'과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게 문제다.
정치가 민간의 창의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집권 후반으로 갈수록 비대해지는 정부가 민간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권한을 더 크게 휘두르고, 국회는 이에 동조하면서다.
말로는 규제완화를 외치면서 실제론 규제 그물망을 갈수록 촘촘히 죄어온 정부의 행태가 올해는 달라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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