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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기업 사장·이사장이 총선 경력관리용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5 16:59

수정 2020.01.05 16:59

정치인 출신 공공기관장들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연달아 사퇴하고 있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이미 퇴임식을 가졌고,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 전 사장은 전북 남원·임실·순창에서, 김 이사장은 전북 전주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낙하산 중에서도 특히 정치인이 고질병이다. 이번처럼 선거가 닥치면 일을 팽개치고 사퇴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강래 전 사장은 재임 중 요금수납원 노조원들과 충돌했다.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전 사장 스스로 내부 통신망에 올린 퇴임사에서 "긴 시간 우리를 힘들게 했던 요금수납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은 "총선 출마를 위해 무책임하게 사표를 냈다"고 비판한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처음부터 적임자가 아니라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가장 비정치적인 자리에 정치인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국민연금 본사가 있는 전주에 지역구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년간 김 이사장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행동지침) 도입 등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했다. 국민연금 소진을 막기 위한 개혁,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해선 입을 꼭 다물었다. 그러더니 임기 1년을 남기고 물러나겠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면 으레 정치인들이 공공기관의 이사장·사장·감사 등 알짜 보직을 차지한다. 문재인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바른미래당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낙하산 인사는 총 515명으로 집계됐다. 당시 채이배 정책위 의장은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정치권 인사, 보은성 인사가 347개 공공기관의 고위직으로 무차별 투하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병폐"라고 비판했다.


도로공사·국민연금공단과 같은 공공기관은 전직 정치인이 경력 관리를 위해 잠깐 들렀다 가는 곳이 아니다. 4월 21대 총선이 끝나면 낙선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다.
이들이 또 공공기관장 자리를 두리번거리지나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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