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간 '치킨게임'의 결말을 지금으로선 가늠조차 쉽지 않다.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표면적 이유는 그를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의 미군 시설 포격 등의 배후로 봤기 때문이다. 반면 전쟁영웅을 잃은 이란으로선 자존을 건 '대미 항전'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란이 "핵합의에서 정한 원심분리기 수량제한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며 핵개발을 재개할 듯 으름장을 놓은 배경이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는 미·중 무역전쟁에 이은 지경학적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국제유가가 급증 조짐을 보이면서다.
우리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수입 원유의 70% 이상이 포연에 휩싸일지도 모르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처지라서다. 만일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한국 경제에는 엄청난 악재다. 청와대가 6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참석시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연 배경이다. 그러잖아도 미국에 호르무즈 파병을 약속했던 정부로선 고민이 깊어진 셈이다. 사태가 더 꼬인 마당에 직접 파병이 어렵다면 일단 연락장교만 보내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이번에 전임 대통령들도 주저하던 솔레이만 제거를 감행했다. 국제분쟁 시 '거래'를 선호하던 그였다. 탄핵 국면에서 '군사 옵션'을 택한 건 미국 국민들이 위기 시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전통을 고려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 정권이 혹여 중동발 위기를 틈타 '레드라인'을 넘는 불장난을 할 엄두도 내지 말아야 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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