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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복지로 가득한 신년사, 누가 돈 낼지는 빠졌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7 16:42

수정 2020.01.07 16:42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포용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미치게 하여 국민의 삶을 더 따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은 부부 동시 육아휴직제 도입, 기초연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고교 무상교육 확대, 수산분야 공익지불제 추진 등을 들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재원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조달할지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러니까 자꾸 복지 퍼주기 비판이 나온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소득 양극화가 심한 편이다. 20여년 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빈부격차가 커졌다.
자연 중산층 비중도 줄었다. 이런 나라는 경제성장률이 지체된다. 공동체를 지탱하는 신뢰 자본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정부가 최상위 국가전략으로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을 제시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포용정책은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그러나 포용, 곧 복지엔 돈이 든다. 정직한 정부라면 이를 솔직히 밝히고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게 옳다. 하지만 문 정부는 더 주겠다는 말만 할 뿐 더 내라는 말은 안 한다. 모자라는 돈은 그냥 국채를 찍어서 메운다. 이는 차기정부, 차세대에 짐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처사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지난달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함께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2045'라는 124쪽짜리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우리가 혁신적 포용국가 패러다임을 따르면 "2045년 1인당 국민소득 6만달러 이상이 가능하다"고 봤다. 보고서가 몽땅 장밋빛으로 채색된 것은 아니다. 정책기획위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실현하려면 누진적 보편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엔 소비세(부가가치세)를 올리는 것,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율을 현실화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는 온갖 혜택으로 넘쳐난다. 그러나 재원조달 방안이 빠진 포용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사회보험료 현실화, 증세는 힘겨운 과제다. 추동력을 가지려면 문 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
4월 총선을 치른 뒤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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