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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경자년, 경제위기가 없길 바라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8 17:39

수정 2020.01.08 17:39

[fn논단]경자년, 경제위기가 없길 바라며
정확히 1년 전 주요 국내 기관들의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찾아보았다. 우선 국제기구들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이 2.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8%로 전망했다. 정부 및 국책기관의 경우 기획재정부 2.6%, 한국은행 2.7%,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6%였고 민간연구기관에서는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이 2.5%를 전망했다. 2019년 경제성장률이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아마 1%대 후반이 유력해 보인다. 물론 소수점 한자리까지 예측하는 것이 어찌 쉬울 수 있겠는가? 그래도 그렇지 예측치와 실제치가 적게는 0.5%포인트에서 많게는 1%포인트까지 차이가 나는 것은 너무했다. 필자도 2.5% 성장률 전망치를 내는 데 관여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한심해 보인다.
과거에 이렇게 성장률 전망치가 크게 빗나갔던 적은 기억에 없다.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대다수 기관이 2020년 한국 경제가 좋아진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불안하다. 설마 2019년보다 더 나빠지기야 하겠냐만 미래는 모르는 것이다.

2020년 한국 경제를 좋게 보는 것은 오로지 대외요인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경제성장을 도모할 자체 동력은 '절대' 없다. 대외여건이 개선되기만을 기대해야 한다. 가장 큰 희망요인은 세계 경제의 회복이다. IMF는 지난 10월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19년 3.0%에서 2020년에 3.4%로 높아짐을 전망한 바 있다. 아무래도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세계 경제 성장률의 상승은 긍정적이다. 그런데 여기에 불안요인도 내재돼 있다.

우선 동일한 IMF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9년보다 낮아진다.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은 2019년과 2020년이 동일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 세계 경제를 이끄는 힘이 나온다는 것인가. IMF가 무언가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둘째,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희망이다. 이 이슈에 대해 우리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19년 글로벌 시장이 어려웠던 원인이 미·중 무역분쟁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내적 성장력이 없었던 것인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무역분쟁의 영향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결정적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 또한 여전히 트럼프와 시진핑이 악수를 하면서 끝내는 해피엔딩일지는 정해진 바 없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다. 2020년 반도체 경기 회복의 근거는 1년 전에 2019년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며 언급했던 내용과 똑같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면서 정보통신산업에서 선제적 투자 수요가 있을 것이고 그래서 반도체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일리는 있어 보이는데, 그동안의 경험으로 '4차 산업혁명'을 내거는 이슈들이 '쭉정이'가 대부분이라 왠지 이번에도 양치기 소년에게 또 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0년 세계 및 한국 경제가 좋아진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래서 불안하다.
모두가 좋아진다고 이야기할 때 경제위기는 시작되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전까지 아무도 세계 경제의 위기를 말하지 않았다.
1997년 한국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불과 몇 달 전에 미셸 캉드쉬 IMF 총재는 "한국 경제는 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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