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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윤석열팀 공중분해, 수사는 흔들림 없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9 17:08

수정 2020.01.09 17:08

청와대와 법무부가 지난 8일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32명의 인사를 단행해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했지만, 시기와 내용 모두 전례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대검 검사장급 간부 8명 중 7명을 6개월 만에 교체한 대목이 그렇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혐의를 비롯해 유재수 감찰무마 및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맡았던 윤 총장 참모들이 모두 한직으로 밀려난 결과여서다.

당장 검찰 안팎에서 큰 여진이 잇따르고 있다. 검찰 내부는 '윤 총장 패싱' 논란과 함께 부글부글 끓는 기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청법에 따라 윤 총장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묵살했다면서다.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한 데 따른 '보복인사'라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노골적 수사방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자유한국당이 추 장관을 업무방해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려는 배경이다.

물론 여권은 이번 인사가 검찰개혁의 일환이라고 강변한다. 그간 검찰의 과도한 수사·기소권 행사로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면 검찰권 남용을 바로잡는 인사의 당위성은 얼마간 이해된다. 그러나 조 전 장관 가족비리와 청와대 하명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을 각각 부산고검 차장과 제주지검장으로 내려보낸 까닭 등이 석연치 않다. 이들이 박근혜·이명박정부의 '적폐'를 가혹하리만큼 수사해 단죄한 주역이어서다. 이번 인사가 유독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만 '검찰권 남용'이라고 치부한 결과라면 어느 국민이 공감하겠나.

더욱이 배성범 서울지검장을 경질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을 앉힌 배경도 궁금하다.
누가 봐도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원천 봉쇄하려는 듯한 인상을 줘서다. 우리는 이런 추론이 억측이기를 바란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이번 수사 지휘부 교체에도 불구하고 성역 없이 공정한 수사를 보장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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