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란, 우크라여객기 격추사실 은폐로 더 큰 후폭풍

뉴시스

입력 2020.01.12 10:01

수정 2020.01.12 10:01

이란군"크루즈 미사일로 오인 사격" 군 은폐로 이란당국과 정부대변인 3일간 부인 국제사회서 불신 초래 ,우크라대통령 피해배상 요구
[테헤란=AP/뉴시스]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지난 8일 수도 테헤란에서 발언하는 모습. 하메네이는 11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와 관련해 애도를 표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촉구했다. 2020.01.11.
[테헤란=AP/뉴시스]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지난 8일 수도 테헤란에서 발언하는 모습. 하메네이는 11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와 관련해 애도를 표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촉구했다. 2020.01.11.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지난 8일 발생한 이란 내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로 176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 속속 드러나는 증거로 인해 격추 사실을 인정한 이란혁명수비대(IRGC) 지도부가 11일(현지시간) 공개 사과했다. 이로써 사흘 동안이나 이 사실을 군 은폐로 인해 계속 부인하면서 서방국가들의 허위선전이라고 주장해왔던 이란 정부는 불신과 국제적 비난을 고스란히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AP통신은 그와 함께 떠오르고 있는 수 많은 의문가운데 하나는 왜 이란 당국이 이라크내 미군기지 두 곳에 대한 탄도미사일 공격에대한 미국의 보복을 예견하고 있던 8일에 국제공항이나 항로를 폐쇄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미국의 살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군기지를 타격했지만,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란이 말을 바꾸어 저격사실을 시인한 것은,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이란 정부의 태도에 관해 이란 국민의 분노를 더욱 거세게 하고 있다.

이란은 솔레이마니 장군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공언하고서도 미군을 죽이는 대신에 대부분 이란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던 민간여객기를 이란군이 격추시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1일 밤 테헤란 시내에서는 주말을 맞은 시민들 수백명이 모여서 여객기 격추사실을 그처럼 뒤늦게 인지한 정부에 대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항공기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지시한 장교들을 즉각 파면하고 재판에 회부하라고 외쳤다. 경찰이 나서서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란국민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자신과 미국 정부가 그들의 뒤에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 정부를 향해서는 이란의 "용감하고 오래 고통받은 국민들을 위해 지지를 보낸다"면서 인권단체들이 시위관련 사태를 직접 조사하도록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한 편 AP통신에 따르면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IRGC 대공사령관은 11일 국영TV를 통해 여객기 격추 소식을 들은 직후 심경에 대해 "내가 죽었으면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격추 책임이 고스란히 자신 부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란 군 당국은 이날 국영TV를 통해 176명의 사망자를 낸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에 대해 "인간의 실수(human error)"였다며 의도치 않은 격추였다고 인정했다. 관계자들은 군사재판에 회부될 예정이다.

여객기가 민감한 군사 중심지 쪽으로 방향을 틀자 크루즈 미사일로 오인해 격추했다는 게 이란 군 당국의 입장이다. 당시 이란 군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폭살 이후 미국과의 대치 상황에서 경계 태세를 높이고 있었다.

[ 테헤란= AP/뉴시스]테헤란 대학생들이 11일 우크라이타 여객기 격추 희생자를 위한 추모 모임을 갖고 있다.
[ 테헤란= AP/뉴시스]테헤란 대학생들이 11일 우크라이타 여객기 격추 희생자를 위한 추모 모임을 갖고 있다.
IRGC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란국영 PRESS TV에 따르면 이란 사법당국은 군사법원에 이번 사건과 관련한 일체의 자료 및 문서 수집 등 즉각적인 조사를 명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깊은 동정을 표한다"면서 이란군에게도 " 이번의 뼈아픈 사건에 대한 잘못과 죄의식을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영국, 캐나다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이번 추락사건에 관한 정보제공과 지원에 대해서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이번 격추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도록 만든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항공은 이란정부가 전시에 준하는 적대적 상황에서 공항을 폐쇄하지않고 이륙시킨데 대한 비난 성명을 냈다. 이홀 소스노프스키 부사장은기자들에게 "비상시에는 일반인들에 대한 보호조처가 있어야만 한다. 만약 어디서 어디까지 (무기의) 발사를 할 때면, 당연히 공항을 폐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기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가는 항공기로 9명의 승무원과 167명의 탑승객들을 태우고 있었다. 승객 중엔 이란인 82명, 캐나다인 57명 ( 대부분 이란인 이중국적자)과 우크라이나인 11명이 타고 있었다고 항공사측은 밝혔다.

트럼프대통령이 2015년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뒤 부과한 극심한 경제 제재로 이란은 경제적 위기와 반정부 시위사태에 시달리고 있다고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피살로 수십만명이 장례행렬에 가담하는 등 일시적으로 소요사태가 진정되었다.


하지만 민항기 격추와 그 진실에 대한 은폐 및 투명성 부재로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다시 증폭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란의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민항기 격추는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뒤로도 계속한 "협박과 괴롭힘" 탓이 크다고 말했다.


모하마두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도 트위터에다 "위기시에 나타나는 '인간의 실수'는 미국의 패군주의가 초래한 재앙이 원인이다"라고 일부 책임을 전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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