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라임 사태를 어떻게 볼것인가

작년 9월 한 방송국의 뉴스에서 독일 국채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투자했다가 30년 동안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모은 9000만원에 딸 적금 1000만원까지 잃게 됐다는 보도에 안타까움과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작년 10월 1일부터 시작된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펀드가 기존에 알려진 규모보다 훨씬 큰 1조5587억원으로, 그 손실액이 1조원을 넘는 금융사건으로 비화되면서 새해 벽두부터 제2의 사모펀드 쇼크가 금융투자업계를 덮치고 있다.

현재 라임사태는 수익률 조작 등 불법적 행위까지 의심받고 있으며,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금감원의 검찰 고발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불법적 행위 여부를 떠나서 라임사태가 발생한 근원적 원인은 모자(母子)펀드 운용방식에 기인한다. 라임자산운용은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모펀드를 만들고 모펀드에 투자하는 자펀드를 만들었는데, 모펀드가 유동성이 낮은 사모채권이나 전환사채 등 장기자산에 투자하는데도 중도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또는 단기 폐쇄형 자펀드로 투자금을 모집했기 때문이다.

운용자산과 조달자금의 미스매칭은 라임에 단기조달금리와 장기운용수익률의 차이로 인한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이번 환매중단처럼 라임의 펀드 고객들은 원할 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유동성을 희생하게 된다. 문제는 펀드 고객들이 운용사의 영업보고서 등을 통해 이런 유동성 훼손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신뢰도가 높은 은행 등이 원하기만 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것처럼 '유동성 환상'을 일으킬 경우다.

실례로 라임자산운용의 2019년 3·4분기 말 영업보고서는 123쪽에 달하지만 펀드의 유동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전무하며,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의 투자신탁금액이 5,000,055,360,290원이라는 단 한 줄만 공시되고 있다. 또한 영업보고서에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가 공시되지만 주석 정보가 전무한 등 정보유용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DLF 사태로 금융위원회는 작년 11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공모펀드에서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규정들은 사모펀드에는 적용되고 있지 않은데, 종합 개선방안에서도 이에 대한 강화조치는 포함돼 있지 않다. 발표된 종합 개선방안처럼 금융감독 당국이 공모규제를 회피하지 못하도록 공모 판단기준을 강화하고, 고난도 금융투자 상품의 개념을 도입해 규율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런데 종합 개선방안의 기본원칙인 소비자보호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하면서 사모펀드의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순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이나 금융기관 등이 나서기에 앞서 투자자 스스로 사모펀드의 유동성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비대칭 요소들을 제거하는 공시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집합투자재산에 대한 정교한 평가 등 재무정보의 신뢰성 확보도 요구된다. 이런 정보비대칭 해소와 신뢰성 확보는 규제가 아니고, 소비자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시작점이다.

■약력 △50세 △서강대 경제학과 △한양대 대학원 회계학 석사 △미국 켄터키대 경영학 박사 △국제공공부문회계기준위원회(IPSAS) 위원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