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고령화의 저주' 일깨운 한은 보고서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3 16:34

수정 2020.01.13 16:34

소비 저하로 금리 끌어내려
조기 유산상속 등 대책 필요
저출산·고령화가 실질금리를 크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은행이 낸 '인구 고령화가 실질 금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권오익·김명현 부연구위원)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명목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는 지난 1995년 9%에서 2018년 0.4%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이 중 3분의 1가량이 저출산·고령화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딱히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고령화가 소비 감소와 저금리를 부른다는 건 상식이다.
디플레이션(저물가·저성장) 함정에 빠진 이웃 일본이 좋은 예다. 60세에 은퇴해도 20년 넘게 더 살아야 하는 게 평균적인 한국인의 모습이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은 구멍이 숭숭 뚫렸다. 자연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저축이 늘고 소비가 줄면 돈의 값어치(금리)는 떨어지게 돼 있다. 한은 보고서는 이 같은 상식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8년 14.8%에서 지난해 15.5%로 높아졌다. 숫자로는 약 820만명에 이른다.

고령화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노노(老老) 상속'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상속을 받는 피상속인의 절반 이상(51.4%)이 80세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상속재산이 고령층 안에만 머물면서 소비저하와 함께 치매로 인한 자산관리 문제를 일으킨다. 실제로 일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오는 2030년이면 일본의 치매질환자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이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10%를 넘어설 것이란 보도도 있었다.

해법도 선험자인 일본에서 배울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가 재산을 미리 상속하면 세제혜택을 준다. 예컨대 조부모가 손자의 교육비를 증여하면 세금을 깎아준다. 결혼·육아자금을 미리 증여해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선제적으로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한국 경제는 저물가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통계청이 지난 1965년 관련 통계를 잡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저출산·고령화에서 비롯된 저금리·저물가·저성장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깰 방책을 찾아야 한다.
최상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지만 현실은 거꾸로 간다. 지난해 주민등록인구의 평균연령이 42.6세라고 한다.
정부의 고령화대책이 좀 더 긴박하게 돌아가길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