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미생물 이용해 플라스틱 원료 만든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4 13:03

수정 2020.01.14 13:03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바이오상용화지원센터 안정오 박사팀이 미생물공정을 통해 얻어낸 플라스틱 원료인 세바식산.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바이오상용화지원센터 안정오 박사팀이 미생물공정을 통해 얻어낸 플라스틱 원료인 세바식산.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화학공정이 아닌 미생물을 이용해 식물성 오일에서 플라스틱 원료를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피마자유의 98%가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져 친환경적 공정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바이오상용화지원센터 안정오 박사팀이 플라스틱 원료인 세바식산 생산을 기존 화학공정 대신 친환경적 미생물공정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이 연구팀은 국내 화학기업과 협업 연구를 통해 생산된 세바식산을 고순도로 분리·정제하는 공정도 개발했다. 최종 폴리아마이드 중합 공정을 거쳐 고성능 '바이오나일론 610'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연구 책임자인 안정오 박사는 "이번 연구성과는 재생 가능한 바이오자원 유래의 세바식산 생산공정을 통해 기존의 화학적 생산방법을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바식산은 플라스틱을 비롯해 가소제, 윤활제,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에 응용되는 물질이며, 바이오나일론 610은 전기절연체, 정밀부품, 필라멘트 등에 활용된다.

연구팀은 미생물 균주인 효모 '캔디다 트로피칼리스'의 유전자를 조작해 피마자유로부터 세바식산 생산 능력을 향상시켰다. 또한 배양 공정에 관여하는 온도, pH, 용존산소량, 원료 투입 속도 등의 조건들을 최적화했다. 그결과 세바식산 생산이 세계 최고 수준인 원료를 1L 투입해 98.3g의 농도와 98%의 생산 수율을 달성했다.

연구팀은 실험실 규모에서 구축한 세바식산 생산 공정을 파일롯 규모인 50L 배양기에서도 성공적으로 재현해 이번 연구 결과가 산업적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성과에서 연구팀의 역할은 미생물공정을 통해 생물학적으로 세바식산을 생산한 것이다. 생산한 세바식산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고순도로 분리해 정제하고 플라스틱을 구성하는 화합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합공정을 거쳐야 한다.

연구팀은 국내 기업인 애경 유화와 세바식산의 분리정제 과정 연구를 함께 진행했고, 롯데케미칼은 중합공정에 참여했다.

안정오 박사는 "국내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세바식산을 나일론610으로 성공적으로 합성한 것은 산·연간 공동 연구가 국내 바이오 산업화기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추진하는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고, 영국왕립화학회에서 발간하는 세계적 학술지 '그린케미스트리지'에 지난해 12월 7일에 게재됐다.

한편, 피마자유를 고온의 열분해 공정을 통해 세바식산이 생산되고 있다.
이 화학공정은 고온의 합성공정 과정에서 상당량의 황산을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황산나트륨을 함유한 폐수를 방출해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세바식산의 주요 생산국가인 중국은 생산공장에 환경법령을 적용해 공장가동일을 줄여 대체 생산기술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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