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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2020년 혁신가를 뛰게 하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5 16:49

수정 2020.01.15 16:49

[fn논단] 2020년 혁신가를 뛰게 하라
새해 들어 반가운 소식을 접한다. 지난 9일 그동안 국회에 묶여 있던 데이터 3법이 통과됐다. 그리고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폐막한 CES 쇼에서 '퍼스트무버'의 혁신 성과를 발표한 한국 기업들의 약진이 돋보였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로 새로운 실험들이 가로막혀 답답했고, 대규모 투자를 앞세운 중국의 기술굴기에 기가 죽어있던 차에 희망의 불씨를 본 것 같다. 이참에 2020년이 혁신성장으로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원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 우리는 신산업을 창조하고 경제성장을 일으키는 혁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혁신은 연구실 안 기술개발이나 정부 계획만으로 되지 않는다. 조지프 슘페터가 강조했듯이 혁신은 혁신가에 의해 주도된다. 즉 비전과 열정을 가진 혁신가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환경으로부터 오는 위협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미래가 달린 퍼스트무버형 혁신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 출발은 1993년 이건회 회장에 의한 '신경영 선언'으로 상징된다. 이후 삼성전자는 1994년 256M 반도체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1998년과 2002년에 각각 TFT-LCD와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세계 1위에 올려놓았다. 2006년 TV에서 소니를 앞서고 2013년 세계 10대 브랜드 진입과 함께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함으로써 퍼스트무버형 혁신의 전범이 됐다.

한국 경제의 혁신 역사에서 2세대에 속하는 퍼스트무버형은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과 같이 가업승계형도 있지만 새로운 혁신가들을 대거 포함한다. 1995년 국내 최초의 웹메일 서비스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한 이재웅, 1996년 국내 최초 온라인 쇼핑몰인 인터파크를 설립한 이기형, 1999년 네이버 설립을 통해 국내 최초 검색서비스를 시작한 이해진 등이 있다. 이와 함께 김정주와 김택진은 각각 1994년과 1997년에 넥슨과 엔씨소프트를 설립해 게임산업이 우리나라 전체 문화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앞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실험하고 도전할 수 있는 제도와 풍토가 유지된다면 신세대 혁신가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돼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고 있는 K팝 산업도 방시혁의 BTS에 의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2020 CES에 어느 나라 못지않게 열성적으로 참여한 우리 스타트업들도 신성장동력 창출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 또한 디지털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고, 모바일로 전 세계가 연결된 환경에서는 누구나 혁신가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혁신가를 뛰게 만들 수 있는 제도와 사회 분위기는 날로 중요해진다.

경제발전에 따라 주력 산업이 바뀌고 삶의 수준은 달라지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혁신가의 역할이다. 이들은 혁신 모멘텀을 주도함으로써 경제성장의 동력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혁신가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이 때문에 산업혁명과 같은 급격한 변화에도 파괴적인 면보다는 창조적 결실을 보게 함으로써 경제사회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한다.
2020년을 맞이해 '창의적 발상에 의한 통찰력 있고 일관된 비전'을 가진 혁신가들이 마음껏 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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