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젠 경찰개혁] 정보·수사 분리 못하면 '경찰공화국' 된다

뉴스1

입력 2020.01.16 06:00

수정 2020.0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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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정책정보와 고위공무원 세평을 비롯해 밑바닥 민심까지 두루 훑을 수 있는 정보경찰의 역할은 권력자에겐 버릴 수 없는 카드로 꼽힌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보경찰의 선거·정치 개입으로 전직 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간부들이 줄줄이 재판대에 서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보경찰이 갈등을 빚었던 정적(政敵)에 대한 동향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 때는 정부의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일종의 '컨설팅'까지 했다는 게 수사결과 드러났다. 그만큼 과거 불법사찰·정치관여 논란은 경찰의 '아킬레스건'이다.

검찰의 힘을 빼는 데 초점을 맞춘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경찰이 정보와 수사 기능을 모두 거머쥔 거대 권력기관으로 재탄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권력 비대화 우려가 있으므로 자치경찰이 필요하고, 수사권 조정은 자치경찰과 함께 원샷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민사회에서 벌써부터 경찰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경고가 나온다.

◇국정원 국내정보 파트 폐지 후 경찰 의존도 ↑…정보·수사 분리가 해결책

경찰의 정보기능과 수사기능을 분리하지 않는 한 정보경찰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각 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과거 나치 국가비밀경찰(게슈타포)의 문제를 겪었던 독일은 1950년 경찰과 정보기관의 분리를 명시한 '헌법보호법'을 신설, 국가의 정보기능을 BND(해외), BfV(국내)로 분리했다. 미국도 FBI와 CIA, 각 연방 수사청 및 지역경찰에 정보기능이 분산돼 있다.

이런 점을 두고 검찰도 경찰이 정보·행정·수사 등의 권한을 모두 갖게 되는 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정부도 정보경찰을 통제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놨었다. 당정청은 정보경찰의 불법 사찰과 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정보경찰 인력을 약 11% 감축하기로 했었다. 정당, 국회 등 상시 출입을 중단하고 국회협력관을 폐지하고 경찰이 정치에 관여할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을 법률로 명문화하기로 했다. 만약 경찰이 정치 관련 정보 수집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자격정지를 받게 된다.

그러나 정보경찰의 업무범위는 명확하진 않다. 당정청 논의 내용을 반영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정보경찰의 업무범위는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정보'로 명시돼 있다. '공공안녕'이란 개념이 여전히 모호해 경찰의 정치개입을 차단하기엔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파트가 폐지되면서 정부의 정보경찰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 입장에선 인사검증, 주요 정책 발표 등을 앞두고 국내정보가 없다면 정책의 오판이 생길 수도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선 국정원과 경찰의 정보를 크로스체킹해 정책결정을 해왔다면, 국정원 국내정보 파트가 없어진 상황에서 정보경찰의 팔다리마저 자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정치개입 관련 처벌조항 등을 명문화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절도죄가 있으니 절도범이 안 생겨 날 것이라고 믿는 순진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국가수사본부·자치경찰제 법안, 10개월째 국회서 '낮잠'

경찰개혁의 첫 단추로 정보·행정 권한을 갖고 있는 경찰 수뇌부가 사건 수사에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국가수사본부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정청은 신설되는 국가수사본부장이 국가경찰의 수사 업무를 총괄하고, 전국 수사부서 공무원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찰청장이나 지방경찰청장, 일선 경찰서장이 수사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못 박은 것이다.

문제는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신설을 담은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지난해 3월 발의된 뒤 진전이 없다는 점이다.


경찰 출신 한 변호사는 "그간 정부가 검찰개혁에만 무게추가 쏠리면서 경찰개혁 입법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게 사실"이라며 "형사소송법 개정보다 자치경찰제, 국가수사본부 설치 등이 더욱 이해관계가 복잡한 문제인데 논의가 진전되지 않은다면 경찰은 왜 개혁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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