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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선심 공약 봇물, 유권자가 눈 부릅떠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6 17:15

수정 2020.01.16 17:15

여야 청년 환심사기 경쟁
포퓰리즘 각축전 되풀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공약 경쟁이 불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공공 와이파이 시설을 전국에 5만여개 구축해 무료 와이파이를 확대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한국당은 탈원전 정책 폐기를 통한 값싼 전기 제공 등을 '1호 경제 공약'으로 내놓았다. 정의당도 월세에 거주하는 일정 소득 이하 청년에게 월 20만원의 주거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2호 공약'을 제시했다. 국민들의 손에 뭔가를 쥐여주겠다는 약속들이 줄을 잇는 걸 보면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 모양이다.

여야가 공히 유권자의 귀에 솔깃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재정건전성 강화와 탈원전 저지를 근간으로 한 한국당의 '1호 경제 공약'은 실질적 대안보다 현 정부의 정책실패를 부각시키는 데만 초점을 맞춘 인상이다. 여당의 1호 공약은 재원조달 방안이 허술한 데다 정확한 비용·편익 분석을 거친 결과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2022년까지 전국에 공공 와이파이를 5만3000개 설치해 가계 통신비를 줄이겠다지만, 이미 5G 데이터무제한요금제 가입자가 80%에 이른 마당에 실효성이 적다는 것이다. 3년간 5780억원의 사업비도 정부와 민간 사업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다.

무엇보다 불길한 건 이처럼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공약이 봇물처럼 쏟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상 초유의 18세 유권자를 탄생시킨 선거법 개정을 주도한 범여권 정당들이 청년층에 선거전의 과녁을 맞추면서다. 며칠 전 정의당이 제시한, 만 20세 청년 모두에게 현금 3000만원을 주는 '청년기초자산제'가 대표적이다. 그것도 모자라 정의당은 병사 월급을 1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도 했다. 그러니 다른 당들도 경쟁적으로 청년 '표심' 잡기 경쟁에 뛰어들 참이다.

문제는 과열된 공약 경쟁 레이스에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재정 여력을 도외시한 채 오로지 계층·세대·직능별로 선심을 쓰는 데만 주안점을 두고 있어서다. 특히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듯한 즉흥적 청년 공약이 난무하는 현상이 걱정스럽다.
최근 십수년간 각급 선거 때마다 청년 공약들이 넘쳐났지만, 청년층이 처한 상황은 나아진 흔적은 별로 없었다. 얽히고설킨 시장경제 체제에서 투자 효과나 부작용을 입체적으로 따져 보지 않는 공약은 언젠가 시장으로부터 응징을 당하기 마련이다.
현명한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을 막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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