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라임사태 '깜깜이 구간'…투자자는 불안·판매사는 불만

뉴스1

입력 2020.01.19 06:15

수정 2020.01.19 06:15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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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 2019.10.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 2019.10.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가 '깜깜이 구간'에 머무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판매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각종 의혹을 둘러싼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좀처럼 공개되지 않고, 환매 중단 펀드에 대한 회계실사 종료 시점 또한 거듭 미뤄지면서 투자자·판매사 모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라임운용이 공식적으로 환매 연기를 선언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이후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운용 부사장이 잠적하고 라임운용의 펀드가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휘말렸다는 소식과 또 다른 펀드의 추가 환매 중단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라임운용에 대한 검사에 착수해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상장사 전환사채(CB)의 편법적인 파킹거래, 부실 자산인 CB의 고가 매각 또는 한계기업에 대한 투자 등 각종 의혹을 살폈다. 검사는 10월에 종료됐다. 이후 논란이 확산되면서 금감원은 지난주 검사 결과 중간 발표를 검토했지만 삼일회계법인의 회계실사 종료 시점이 2월로 넘어가면서 금감원의 발표도 무산됐다. 펀드 손실률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감원의 발표는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11월 라임운용이 운용한 모(母)펀드 2개에 대한 회계실사에 착수했다. 실사 예상 기간은 당초 한달이었지만 실사 대상 모펀드가 3개로 늘어나면서 제 시간에 실사를 마칠 수 없었다. 이후 이달 중순 실사 종료가 예상됐다가 1월 말 또는 2월 초, 2월 중순 등으로 그 시점이 계속해서 뒤로 밀렸다. 펀드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해 실사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가 실사 결과에 따라 손실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깜깜이 구간에서 사태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일부 투자자를 대리해 라임운용과 판매사를 고소한 법무법인 한누리의 송성현 변호사는 "실사가 지체되는 것은 손실률 면에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실률이 나와야 본인이 손해를 봤는지 여부를 알고 소송 진행에 대한 결단을 내릴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라임운용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하는 글에는 17일 오후 2시 기준 434명이 동의했고, 투자자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는 '하루 속히 해결되기를 오늘도 기원한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판매사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판매사 중 한곳인 모 은행의 관계자는 "무엇이든 빨리 결과가 나와야 다음 대응책을 논의할텐데 그렇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금감원과 삼일회계법인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확인이 될 때마다 이를 알려준다면 그에 따른 상환 계획이나 정상화 방안 등에 대한 판단을 빨리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공범 의심을 받는 일부 판매사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캔에 참치라고 써있는데, 안을 들여다보니 꽁치가 있었던 것"이라며 "판매사는 펀드 운용에 관여할 수 없으며 정보교류가 차단돼 있기 때문에 판매사들이 라임운용에 대한 위험 여부를 미리 감지할 수 없었다. 투자자들과의 장기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금융업을 영위하는 판매사들이 고의로 부실을 은폐하고 위법행위에 가담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판매사들도 이번 사태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16개 판매사 공동대응단은 라임운용의 위법행위가 사실로 확인되면 형사고소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최근 라임운용과 금융당국이 향후 계획을 알리면서 깜깜이 구간의 끝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라임운용은 2월 중순쯤 회계실사 최종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했고, 지난 16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회계실사 결과가 나오면 향후 대책을 일괄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금감원의 검사 결과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을 전후로 금감원은 검찰에 라임운용애 대한 수사를 의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라임운용을 추가로 검사할 일은 없지만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 제재안을 마련하는 등 라임운용에 대한 제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라임운용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16개 판매사,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3개 증권사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한 실사 결과가 나오면 3일 이내에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어 자산별 평가가격을 조정해 기준가격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는 자산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상각 방식으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어 일부 판매사가 반대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판매사들마다 이해관계가 조금씩 달라 입장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실사 결과에 따른 상각 또는 다른 운용사로 펀드 이관을 통한 존속 등이 선택지"라고 했다.


환매 연기된 모펀드 3개는 Δ해외 무역금융펀드(무역 거래에서 발생하는 선결제·운임·원자재 구매 및 가공비용 등에 필요한 단기자금을 빌려주고 이자수익을 올리는 구조)에 투자한 '플루토-TF 1호' Δ사모채권을 주로 담은 '플루토 FI D-1호' Δ메자닌(CB·신주인수권부사채(BW))이 편입된 '테티스 2호'이다. 이들 펀드에 투자된 자(子)펀드 규모는 총 1조5587억원이다.
'크레디트인슈어런스무역금융펀드'의 환매 연기가 확정되면 환매연기 금액은 1조6679억원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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