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여객 느는데 항공사 실적 악화… 세금면제 등 지원책 강화 필요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9 17:25

수정 2020.01.19 17:25

미·영·중·독·대만 등 대부분 국가
민간항공기, 주요 경제 자원 판단
취득·재산세, 감면 또는 부과 안해
국내 항공업계가 경자년 새해에도 먹구름 속에서 비행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과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지만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예상치 못한 악재가 발목을 잡은 것은 분명하지만 일회성 악재가 걷힌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국내 항공업계의 근본 원인을 '공급 과잉'이라고 진단한다. 국제선 공급좌석 증가율에 비해 국제선 여객수 증가율이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항공기 취·등록세 면제 등 정부가 근본적인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객 느는데 항공사 실적 악화… 세금면제 등 지원책 강화 필요

■국내 항공기 공급과잉 '출혈 경쟁'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의 여객수는 7116만9722명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국제여객은 전년대비 4.3% 증가한 7058만명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지난 3·4분기 국내 항공사들은 오히려 손실을 봤다. 대한항공이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1179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70.0% 급감했다.

손님은 늘어났는데 이익을 남기지 못한 이유는 '공급 과잉' 때문이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국제선 여객수 증가율은 18%에 달했지만 같은 기간 국제선 공급좌석 증가율은 22%로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12월말 기준 항공기 등록대수는 전년(835대)보다 18대 늘어난 853대를 기록했다. 이 중 16대가 항공사들의 항공기였다.

국내 항공업계의 '출혈 경쟁'이 지속되다보니 지난 연말부턴 폐업 직전까지 내몰리는 항공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스타항공이 대표적이다. 이 항공사는 작년 10월 최종구 대표가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지만 두 달을 버티지 못하고 손을 들었다. 매각설이 나온 지 오래 지나지 않아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사실을 공식화했다.

급기야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마저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됐다. 대한항공도 위기 의식을 숨기지 않는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대한민국의 저비용항공사(LCC)가 9개인데, 미국도 9개"라며 "절대로 오래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신규 LCC부터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존 LCC들까지 모두 '버티기' 중이라고 본다.

실제 지난해 11월 22일 강원 양양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운항을 개시한 신규 LCC 플라이강원은 운항 2개월도 되기 전에 탑승률이 50%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67%를 기록했던 이 항공사의 올 1월 1~12일 탑승률은 55%에 그쳤다. 문제는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 첫 이륙을 준비하는 LCC가 2곳이나 더 있다는 것이다.

이 탓에 각 항공사들은 저마다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LCC 중에선 유일하게 장거리 노선 운항을 준비 중이고, 에어서울은 FSC처럼 기내 무료영화를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에 투자하는 곳도 적잖다. 대한항공도 지난해 10월부터 청주·대구·광주공항의 화물판매와 운송, 터미널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현 상황은 '기울어진 운동장'

그러나 항공업계 구조조정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다수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근본적인 항공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항공산업이 일자리 83만8000개를 창출하고 국내총생산(GDP)의 3.4%를 기여하는 만큼 정부가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 항공사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콜로라도·플로리다·인디애나주는 민간 항공기에 취득세와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텍사스나 워싱턴에선 개인용 항공기에만 재산세를 부과한다. 일본은 취득세가 없고, 재산세는 80~90% 감면해준다. 중국·영국·프랑스·독일 등은 취득세와 재산세 모두 없다. 민간 항공기를 주요 경제 자원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취득세 60%, 재산세 50%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고 있다. 이마저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자산 5조원 이상 항공사는 재산세 감면에서 제외된다.
업계에선 외항사들이 납부하지 않는 제세금 납부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성토가 나온다. 공정한 경쟁이 아니란 주장이다.


허 교수는 "항공운송산업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데다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필수공익산업"이라며 "항공사 파산 시 일자리는 물론 국가 경제에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항공유 할당관세 적용,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항공기 취득세·재산세 면제 등 신성장동력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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