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영장청구권 수정 가능성 희박"… 檢 반발·개헌 동력 떨어져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9 11:00

수정 2020.01.19 17:39

‘수사권 조정안’ 후속 과제로 언급
검·경 ‘협력 관계’ 명시됐지만
영장청구권 통한 지휘관계 여전
‘독점 폐지’ 現정권내 실현 어려워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에 따른 후속조치 관련'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에 따른 후속조치 관련'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찰은 다음 과제로 영장청구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정안을 통해 경찰과 검찰간의 '협력 관계'가 명시됐지만, 영장청구권을 통해 사실상의 수사 지휘가 이뤄지고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현실적으로 어려운 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 정권의 개헌 동력이 떨어진 점도 부담이다.


■ 경찰 '영장청구권 수정' 필요 언급

19일 경찰에 따르면 수사권 조정 이후 처음으로 열린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는 "장기적으로 헌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논의됐다.

헌법 12조 3항에 명시된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검찰의 영장청구권 지위 변화의 필요성을 공식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번 수사권 조정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영장심의위원회를 도입하고 경찰 의견 개진권을 부여하는 등 영장청구권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했다. 경찰은 "검찰의 영장청구권 남용에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고 평가하면서 이를 포함한 수사권 조정안을 '과도기적 입법'이라고 정의했다. 추가 개정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영장청구권을 통해 검찰의 실질적 수사 지휘가 이뤄져 왔기 때문에, 개정안에 명시된 '협력 관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소속의 한 일선 수사관은 "(검사가)'영장 못내준다'고 하면 거기에 맞출 수 밖에 없다"며 "수사 지휘권이 폐지돼도 (검사가)영장청구권을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휘관계는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 개혁'에 초점을 맞춘 현 정부도 영장청구권 수정의 필요성을 변화를 끊임없이 언급해 왔다. 2018년 청와대가 발표했다가 무산된 '대통령 개헌안'도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영장청구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수사를 지휘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그런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검찰의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 정권 내 개헌은 어려워"

이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한데다가, 검찰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영장청구권에 대해 "강제수사를 위한 영장청구는 기소에 준하는 처분이므로 소추권자인 검사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며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정권이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개헌 동력이 떨어진 점도 현실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다시 개헌에 대해서 대통령이 추진 동력을 가지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이제는 국회의 몫"이라고 밝혔다.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수사·기소분리, 영장청구권 등은 시대적 흐름으로 변화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다만 (영장청구권 수정을 위해서는) 문제점에 대한 여론 조성과 정치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 이전까지는 검사의 영장 청구에 대해 경찰 입장을 포함해 시민·법조계를 통한 심사가 이뤄지는 방향의 제도가 확립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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