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굴비 명인’‘한과 명인’… 지정 남발에 차별화 시급[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9 17:39

수정 2020.01.19 17:39

‘흔해진 명인’ 가치보호 못받아
가짜 굴비 등 범죄 연루되기도
현행법상 명칭 규제 근거 없어
‘굴비 명인’‘한과 명인’… 지정 남발에 차별화 시급[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0년 한과 명인이 만든 OOO한과!"

설 명절을 앞두고 대형마트, 백화점을 비롯해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명인이 만든 식품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명인'이란 누가 어떻게 지정하는 걸까.

현재 식품 명인들은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각종 사단법인들과 일선 지자체들이 지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명인' 지정 남발에 '명인'이란 호칭은 흔해졌고, 관리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식품을 판매함에 있어 '명인'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이를 규제할 근거가 없어 오롯이 소비자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명인' 명예 이용한 범죄 연루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명인' 명예를 이용해 범죄에 연루된 사례도 발생했다. '굴비 명인'으로 알려진 A씨는 중국산 참조기를 영광 굴비로 둔갑시켜 국내 유명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등에 납품하는 범행에 가담해 최근 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A씨는 사단법인 대한민국명인회로부터 명인 지정이 됐으나 현재는 제외된 상태다.

이 같은 사례가 이어지면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정부로부터 지정받은 식품 명인들의 가치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명장'의 경우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관리 아래 지난 1986년부터 매년 산업현장에서 15년 이상 종사한 근로자 가운데 숙련기술의 발전 및 숙련기술자의 지위 향상에 공헌한 사람에 '대한민국 명장'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정부가 운영하는 식품 명인은 한국전통식품명인협회가 유일하다. 한국전통식품명인협회는 식품산업진흥법 제 14조(대한민국식품명인의 지정 및 지원 등)에 따라 한국 식품명인제도를 통해 심의를 거쳐 우수한 식품 기능인을 '대한민국식품명인'으로 지정한다. 지정 대상은 20년 이상 한 분야의 식품에 정진했거나 전통방식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자 또는 명인으로부터 보유 기능에 대한 전수교육을 5년 이상 이수받고 그 후 10년 이상 그 업체에 종사한 사람이어야 한다. 지난 1994년부터 시작된 한국 식품명인제도는 현재까지 안동소주 명인 박재서씨(대한민국 식품명인 제 6호)를 비롯해 78명이 선정됐다.

■ 정부 지정 명인 차별화 시급

협회 관계자는 "정부 지정 식품 명인이 아닌 다른 명인들에 대해 '명인'명칭 사용 제재를 요청했으나 단어 사용만으로는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다시 말해 '대한민국 식품명인'을 도용할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돼 제재가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된장 명인' '유과 명인' 등은 가능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전통식품명인협회는 정부 지정 명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다른 명인들과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식품명인' 대신 '대한민국식품명인'으로 명칭을 정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명인이 지역에서 오래도록 인정받은 인물로 입으로 전해져 오기도 해, 이를 제재하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인이라는 것은 그 지역의 조상 대대로 계승해 전통의 맛을 구현한 사람을 두고 '저 사람은 명인이다'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 사람을 두고 '명인'이라고 칭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제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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