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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떡·쇠고기·배…차례상에 올릴 것만 담았는데도 "손 떨려요"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9 18:07

수정 2020.01.19 21:48

전류·삼색나물도 뺀
'간소화 차례상' 장 봐보니
부세조기·북어포·밤·곶감…
18개 품목 담았는데 14만원
가족 먹을 건 사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뭐가 싸다는 겁니까"
흰떡·쇠고기·배…차례상에 올릴 것만 담았는데도
설 연휴가 4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별것 안 샀는데도 장만 봤다 하면 소위 '텅장'이 되는 요즘, 설 차례상 물가는 어떨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한국전통음식연구소와 국립민속박물관의 도움을 받아 제안한 '간소화 차례상'을 기준으로 19일 서울 노원구 소재 한 대형마트에서 직접 장을 봤다.

aT가 제안한 간소화 차례상의 주재료와 구입단위를 토대로 장을 본 결과 14만1914원의 금액이 나왔다. 간소화 차례상의 주재료는 떡, 소고기, 부세조기, 시금치, 북어포, 대추, 밤, 곶감, 배, 사과, 약과, 청주 등 18개 품목이다. 전류, 삼색나물 등을 모두 제외한 '착한 차례상'이지만 장바구니 가격까지 '착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는 aT가 지난 15일 전국 19개 지역의 18개 전통시장과 27개 대형유통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설 간소화 차례상 구입비용에 비해 소폭 높은 수준이다.
aT가 집계한 간소화 차례상 차림비용은 전통시장 10만2725원, 대형 유통업체 13만5598원이었다. 간소화하지 않은 설 차례상 차림비용은 전통시장 23만1000원, 대형 유통업체 31만9000원 수준이다. 전통 차례상의 주재료 품목은 간소화 차례상보다 10가지가 더 많은 28개 품목이다.

이날 장을 보며 만난 전업주부 김정미씨(39)는 "기다리고 있다가 세일한다고 해서 장 보러 온 건데 그래도 명절 무렵엔 항상 물가가 비싼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4개 단위로 포장된 배 꾸러미를 만지작거리며 "과일은 더 나중에 사거나 좀 더 싼 곳을 찾아서 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경자씨(53)는 "김장할 때도 무, 배추, 고춧가루 가격이 높아서 속상했는데 여전히 비싸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유난히 비싸다'고 지적한 무, 배추, 배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높은 시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 품목이다.정부가 올해 예년보다 일찍 설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체감 설 물가'는 여전히 높았다. 지난 7일 농림축산식품부는10대 성수품의 공급기간을 기존 2주에서 3주로 확대했다.
공급량도 평시 대비 1.3배 늘렸다.

올해부터는 아주 간단하게 차례를 지낼 예정이라는 오정순씨(66)는 "뉴스를 보면 물가(상승률)가 낮다고 아우성이던데 전혀 공감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체감물가와 실제 물가상승률의 괴리에 대해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60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사되지만 설 체감물가는 과일, 채소 등 일부 품목을 기준으로만 판단하게 돼있다"며 "최근 농산물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체감물가도 높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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