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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0%대라는데… 서민은 장보기 무섭다 [괴리감 커지는 물가]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9 18:23

수정 2020.01.19 18:23

작년 0.4% 상승… 체감은 5,6배
품목마다 다른 가중치가 원인
식음료 많이 올랐지만 반영 덜돼
수치와 동떨어져 '먹고살기' 빠듯
물가 0%대라는데… 서민은 장보기 무섭다 [괴리감 커지는 물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성장률 1%대 추락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 우려 또한 고조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수준이 이처럼 낮지만 정작 설 명절을 앞둔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팍팍하다. 소비자물가 산정 때 가중치가 낮지만 체감도가 높은 식음료 제품 등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물가 '괴리 현상'이 더욱 커지고 있어서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으로 외식비 등의 전반적인 가격상승 압력이 강해 물가 괴리감은 한층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와 관련, 최신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물가지수를 개발 중이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소비자들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물가인식은 1.8~2.4%였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0.4%와 격차가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물가 상승률보다 소비자들은 1.4~2.0%포인트 더 올랐다고 체감한다는 의미다. 이는 품목마다 물가를 계산할 때 가중치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460개 품목의 가격변동을 월별, 연도별로 가중치를 붙여 산출한다.

가중치가 40이 넘는 전월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휴대전화료(36,1), 휘발유(23.4), 공동주택관리비(19)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중치가 붙는다. 지난해 대체로 물가상승이 크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한 품목들이다.

반면 지난해에는 가중치가 낮은 품목의 물가가 많이 올랐다. 물가지수가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생강으로 전년 대비 무려 61.6%나 상승했는데 가중치는 0.1에 불과하다. 일상에서 체감도가 높은 쌀(4.3), 택시료(3.5), 한방약(3.1) 등의 가격도 많이 올랐지만 전월세에 비하면 가중치는 10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서 소비자들이 물가통계와의 괴리를 실감하는 것이다. 체감도가 높은 식음료품 가격이 지난해 말에 이어 연초부터 줄줄이 인상되면서 괴리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롯데리아가 버거 등 26종의 가격을 올린 데 이어 20일부터 맥도날드가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한다.

한국은행은 체감물가와 공식물가 상승률 괴리에 대해 "소비자가 가격상승에 민감하지만 하락엔 둔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도 "체감물가와 공식물가의 차이는 완전히 없앨 수 없다. 직장인, 주부, 학생 등 각 개인들의 경제활동 분야 및 생활양식이 다르고 그들이 주로 구입하는 품목과 구입장소, 가격도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460개 품목을 가장 최근에 조정한 것은 지난 2015년으로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계층별, 연령별 물가지수 개발을 통해 물가 괴리를 최소화하고 현실 반영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통계청은 소비자들이 많이 구입하는 품목을 다시 조사하고 내년 말께 소득계층별 물가지수를 발표할 계획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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