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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실리콘이 만나 이차전지 용량이 늘어났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1 12:00

수정 2020.01.21 12:00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진이 탄소-실리콘 복합체의 음극소재로 제작한 배터리로 전기차가 기존보다 2배 이상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상황을 그린 예상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진이 탄소-실리콘 복합체의 음극소재로 제작한 배터리로 전기차가 기존보다 2배 이상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상황을 그린 예상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옥수수, 고구마 등의 전분과 실리콘이 만나 이차전지 용량을 4배 이상 늘리고 5분만에 80% 이상 급속충전이 가능해졌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에너지저장연구단 정훈기 박사팀이 전분을 사용해 실리콘의 안전성을 높인 이차전지 음극소재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현재 이차전지 음극소재에 들어가는 흑연을 대신할 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이 소재를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하면 주행거리가 지금보다 2배 이상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 음극소재가 튀김 공정을 응용해 값싸고 쉽게 만들 수 있어 대량생산이 가능해 상용화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복합소재는 기존 흑연계 음극 소재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용량(360mAh/g → 1530mAh/g)을 보였으며 500회 이상 충·방전에도 부피가 팽창하거나 용량이 줄어들지 않았다.


KIST 정훈기 박사는 "옥수수 전분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활용하고, 복잡한 반응기 없이 재료의 단순 혼합과 열처리를 통해 탄소-실리콘 복합소재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실리콘은 충·방전이 반복되면 부피가 급격히 팽창하고 용량이 크게 줄어들어 상용화가 쉽지 않았다. 또한, 복잡한 공정과 높은 비용 때문에 아직까지 흑연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 기름, 전분, 실리콘, 계면활성제로 유화액 제조로 마이셀을 형성시킨 후 가열과 탄화 과정을 거치면 탄소-실리콘 복합체가 형성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물, 기름, 전분, 실리콘, 계면활성제로 유화액 제조로 마이셀을 형성시킨 후 가열과 탄화 과정을 거치면 탄소-실리콘 복합체가 형성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정훈기 박사팀은 실리콘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물에 전분을 풀고 기름에는 실리콘을 풀어서 섞은 뒤 가열해 탄소-실리콘 복합소재를 만들었다. 튀김을 만드는 것처럼 쉬운 가열 공정으로 탄소와 실리콘 복합체를 고정시켜 부피 팽창을 예방했다.

이러한 특성들은 탄소 구조체가 실리콘의 부피팽창을 억제해 실리콘 소재의 안정성을 높이고, 탄소의 높은 전기전도도와 실리콘 구조의 재배열을 통해 고출력 특성도 얻었기 때문이다.

정훈기 박사는 "이러한 손쉬운 공정과 우수한 특성은 대량 생산과 상용화 가능성이 매우 크고, 향후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적용돼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주요사업과 기후변화대응개발사업 등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나노기술 분야 국제 저널인 '나노 레터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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