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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욕해도 민주당 찍지 않겄소..안철수는 쪼까 거시기하제"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1 16:13

수정 2020.01.21 16:13

"경기 안좋다" 불만에도 "그래도 민주당" 목소리
호남 출신 이낙연에 기대감 커..대세론 목소리도
정계복귀 안철수에 "100% 안찍어" 배신감 여전
【광주=장민권 기자】 "여그 광주 사람들은 그래도 민주당 아니요. 죄다 욕해도 선거날엔 민주당 찍는당께."
호남은 늘 선거마다 진보 분열을 허용하지 않고, 한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 지난 20대 총선에선 고심 끝에 더불어민주당 대신 안철수 전 대표가 이끈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줬고, 그 결과 국민의당은 호남 의석 28석 중 23석을 휩쓸었다. 호남의 심장부이자 여권의 최대 지지기반인 광주에선 국민의당이 8석을 모두 가져갔다.

21대 총선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전통적인 텃밭을 탈환하려는 민주당과 지역구 사수에 나선 범여권 군소정당간 치열한 물밑 경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 이번 선거에선 어느 당이 호남, 특히 광주의 '전략적 선택'을 받을까. 설 연휴를 나흘 앞둔 지난 20~21일 직접 둘러본 광주 민심은 일단 민주당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설 연휴를 나흘 앞둔 지난 20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사진=장민권 기자
설 연휴를 나흘 앞둔 지난 20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장민권 기자
"그래도 민주당" 최선보다 차선
광주송정역 2번 출구 앞에서 담배를 태우며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택시기사 정남영씨(64)에게 '정부·여당을 어떻게 보느냐'고 질문을 던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어째 북한만 신경쓰는지 모르겄소. 광주 경기는 다 죽어버렸쓰야"라며 다소 시큰둥한 대답을 내놓았다. 곧바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되묻자 "광주는 (유권자) 70% 이상이 민주당(지지층)이여. 민주당 싫다고 한국당 찍겄소?"라는 답이 돌아왔다.

함께있던 택시기사 이철중씨(62)는 "(민주)평화당이고 뭐고, 나머지는 답이 없는거 아니요"라고 거들었다.

설 차례상 준비를 위해 시장을 찾은 사람들로 붐빈 서구 양동시장 상인들 역시 불경기에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그래도 민주당 찍어야제"라고 입을 모았다.

연신 붕어빵을 굽고 있던 강영숙씨(52)는 "예전보다는 민주당 신뢰가 많이 떨어졌제. 나는 문재인 대통령 그만하면 잘한다고 생각허는디 주변에서는 불만들이 많더라고. 경기가 많이 죽긴 했어야"라면서도 "그래도 선거일 오면 민주당 찍어야 한다고 다 뭉칠꺼여. 나이드신 분들은 90%가 민주당 아니요"라고 말했다.

3년 전 '민주당원'으로 가입했다는 김경수씨(55)는 "나도 통장에서 당비가 나가는 당원이지만 솔직히 민주당 하는거 별로 마음에 안든다. '(그래도 주위를 보면) 다 나쁜데 그래도 민주당 아니냐'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호남 출신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대한 호의적 반응들도 눈에 띄었다.

광주 서구청 부근에서 만난 김학경씨(58)는 "이낙연 때문이라도 민주당 찍는다는 사람들 많더랑께"라고 귀띔했다.

지난 21일 광주송정역 앞 택시승차장에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두 줄로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장민권 기자
지난 21일 광주송정역 앞 택시승차장에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두 줄로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장민권 기자
정계복귀 안철수에 응어리 여전
상당수 광주 시민들은 정치활동을 재개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선 "철새 아니요. 그래서 쓰겄소"라며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공교롭게 안 전 대표가 귀국 후 첫 공식 지방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날이었음에도 아직 호남 민심은 응어리가 풀리지 않은 분위기였다. 20대 총선에서 안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호남 홀대에 이어 바른정당과 합당하며 보인 '우클릭' 행보 등에 느낀 배신감이 커보였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태호씨(78)는 "나도 지난번에는 안철수를 찍었는데 이번에는 택도 없당께. 한번 속고 난 다음부터 (안철수는) 호남에서 인기없어야.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면 쓰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동시장 인근 가게 앞에 모여 앉아있던 70대 노인 4명도 "처음에 안철수 나왔을 땐 좋게 봐서 겁나게 밀어부렀는디. 이제 자기 '무기'가 없어졌어. 이제 여기(광주)서는 쪼까 거시기하제"라고 말했다.

반면 조선대 부근에서 만난 김민기씨(33)는 "한 번 안철수 바람이 불었던 만큼 호남 민심만 어떻게든 풀어줄 수 있다면 오히려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커질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여론조사에서도 이같은 호남 민심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 발표한 1월 3주차(14~16일) 정당지지도를 보면 광주·전라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66%로 초우세를 나타냈다.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으로,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같은 기관이 지난달 13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유력대선주자 호감도 조사 결과 광주·전라 지역에서 가장 비호감도가 높은 인사는 안 전 대표(69%)로 나왔다.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mkch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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