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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신은 공평하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3 16:08

수정 2020.01.23 16:08

[여의나루] 신은 공평하다
누구나 살면서 소망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필자도 버킷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모교에서 훌륭한 동문으로 뽑혀 상을 받는 것이었다. 세상에 이유 없이 미운 것 중 하나가 잘난 척하는 것이라고 한다. 미움을 받고 싶지는 않지만, 너무나 행복하기에 약간의 미움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잘난 척을 좀 하고자 한다.

지난 21일 졸업한 법대에서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받았다.
집에 가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패를 찬찬히 읽어보는데 가슴이 뜨거워진다. 상패 문구 중에 국민의 인권보장과 변론권 확대를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해 상을 준다는 부분 때문이다. 변호사법 제1조에서 국민의 인권보장과 사회정의 실현을 변호사의 사명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변호사로서 가장 큰 칭찬을 받았다.

젊은 시절부터 꽤 오랜 시간 이 상을 받는 선배님들을 바라보면서 내심 부러웠다. 저 정도 나이가 되면 혹시 기회가 있을까 소망했었는데 막상 받고 보니 나이를 먹은 것 같아 슬프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이루었다는 행복이 함께한다. 하나의 일에 슬픔과 행복이 함께하는 것을 보니 공평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교에서 부르는 신의 이름은 다양하지만, 신은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다. 또한 신은 공평하다고 믿는다. 어느 종교이든 신이 처음부터 인간을 차별한다는 것을 교리로 내세우면 틀림없이 문을 닫을 것이다. 누구나 열심히 믿고 성실하게 산다면 현생에서 복을 받을 것이고, 현생이 아니어도 천국이든 극락이든 다른 생에서는 구원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종교로서 존속할 것이다.

신은 공평하기에 객관적으로는 행복과 불행을 인간에게 똑같이 나눠 주었다. 행복이 크면 불행도 딱 그만큼 크고, 불행이 크면 행복도 그에 비례한다. 그런데 주변에 보면 매사 비관적인 사람이 있다. 주어진 행복은 사실 객관적인데 인간이 느끼는 행복이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링컨 대통령이 하셨다는 '사람은 행복해지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진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신이 공평하다고 믿기에 필자는 항상 좋은 일이 생기면 살짝 긴장한다. 그에 상응하는 나쁜 일이 올 것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매사에 더 조심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막상 나쁜 일이 와도 뒤통수를 맞지 않고 잘 넘기게 된다. 한편 나쁜 일이 생기면 오히려 약간 기분이 들뜬다. 틀림없이 그만큼의 좋은 일이 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좋은 일을 기다리는 것 자체로도 행복해진다.

지구가 둥글고 사람 얼굴이 둥글듯이, 세상사도 둥글둥글 돌고 돈다. 공평한 신이 주관하는 세상이기에 좋은 일과 나쁜 일도 서로 돌아가면서 찾아온다. 현재만 보고 낙담하면서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은 힘들지만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매한가지다. 대한민국의 현재는 대내외적으로 온통 나쁜 일투성이다.
경제문제, 남북관계, 이념 대립 등 도저히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수렁 속에 빠져있다. 그러나 신은 공평하기에 앞으로는 좋은 일이 많이 찾아올 것이다.
서로 편가르기 하면서 죽이네 살리네 싸우지 말고 다가올 행복을 함께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공평하게 인간을 창조한 신의 뜻이리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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