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기자수첩] 친노동 정책의 ‘노동 사각지대’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7 16:33

수정 2020.01.27 16:53

[기자수첩] 친노동 정책의 ‘노동 사각지대’
"노동계 약자들이 친노동 정책으로 불이익을 볼 줄 몰랐어요. 안 그래도 열악한 노동조건이 주52시간 정책 도입 후 후퇴했는데 누구도 관심이 없는 게 현실이죠." 설 연휴를 앞두고 기자가 만난 한 전직 공공기관 경비와 관리원 A씨는 울분을 토했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해 온 노동정책인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현장에 도입됐는 데 어떤 불이익을 봤다는 걸까.

이 기관은 지난해 A씨를 비롯한 경비 업무자들에게 근로기준법 제 63조에 따른 '감시·단속적 근로자'를 새로 적용했다고 한다. 감단 근로자는 법상 예외조항으로, 근로시간 관련 적용에서 제외돼 노동시간을 무한정 늘릴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주휴수당을 포함한 다양한 가산수당도 받을 수 없다. 근로시간이 늘어도 합당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 노동조건인 셈이다.

주52시간 근무제도가 도입된 직후 친노동 정책의 '사각지대'인 감단 근로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6년과 2017년 감단직 신청은 각각 1만244건, 1만2049건이었다가 단축근무제가 시행된 2018년 2만1324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감단직 신청건수는 1만3115건이었다. 감단직은 주로 감시를 하는 감시직(경비원)이나 휴게·대기 시간이 많은 단속직에 한해 적용이 가능하다. 최근엔 이들뿐 아니라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 노동조합 소속 공인노무사는 "지난해 기업들의 임원 운전기사들은 대부분 감단직 적용대상이 됐고 최근 응급구조사, 요양보호사 등에 대한 감단직 문의도 늘었다"면서 "52시간 제도를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감단직이 활용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악용되는 감단직 적용에 직접 맞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감단 근로자는 대부분 일자리에 민감한 고령층이거나 사업장 내 직원들이 많지 않아 한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고용부의 꼼꼼한 감단직 승인심사가 중요하다. 우리 근로기준법도 감단직 적용 이전에 고용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


올해 52시간 단축근무제가 더욱 확대되는 가운데 '노동정책이 되레 약자들을 노동 사각지대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현 정부 차원에서 관심이 중요한 때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산업부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