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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보스턴심포니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7 17:07

수정 2020.01.27 17:07

"1954년 가을부터 그 이듬해 봄까지에 걸친 연주 시즌에 나는 금요일마다 보스턴심포니를 들으러 갔었다. 3층 꼭대기 특별석에서 듣는 60센트짜리 입장권을 사느라고 장시간 기다렸다. 그런데 이때마다 만나게 되는 하버드대학 현대시 세미나에 나오는 학생이 있었다. 그녀의 용모는 아름다웠다."

수필 '인연'으로 유명한 피천득 선생이 쓴 '보스턴심포니'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피 선생이 클래식에 유난히 애정이 많았던 건 그의 다른 많은 글에서도 드러난다.
안네 소피 무터의 바이올린 연주를 좋아했고,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레너드 번스타인의 광팬으로 볼 만한 흔적이 곳곳에 있다. 그의 외손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는 어릴 적 외할아버지가 들려준 브람스, 베토벤 이야기가 그의 연주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창단 139년 역사의 명문악단 보스턴심포니는 한국인 스타 여성지휘자를 세상에 알렸다는 점에서도 우리와 인연이 있다. 보스턴심포니 역사상 첫 여성 부지휘자가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를 지낸 성시연이다. 미·유럽권 오케스트라 마에스트로 자리를 동양 여성이 꿰차는 일은 지금도 쉽지 않다. 성시연은 2007년 메트로폴리탄 음악감독 출신 제임스 레바인 초청으로 이 콧대 높은 악단의 포디엄을 차지했다.

이 보스턴심포니가 내달 6일과 7일 국내에서 첫 연주를 갖는다. 명성으로 따지면 베를린필하모닉 등 세계에서 가장 센 오케스트라급에 속하는 악단인데, 이제서야 첫 내한 공연이라니. 과거를 찾아보니 1960년대 한 차례 국내 공연 추진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공연 일주일을 앞두고 4·19 혁명이 터졌다. 투어는 급히 취소됐다.

보스턴심포니 음색은 가장 미국적인 동시에 가장 유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 전통이 강한 도시 특유의 색깔과 미국의 자부심이 동시에 느껴지는 사운드라는 것이다. 2014년부터 악단 수장을 맡고 있는 안드리스 넬손스가 국내 무대에서도 지휘를 맡는다.
그는 국내 애호가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았던 고(故) 마리스 얀손스의 유일한 제자로 불리고 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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