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이재용, 글로벌 현장 경영… 브라질서 '개척자 정신' 강조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7 17:00

수정 2020.01.27 20:41

삼성전자 마나우스 공장 방문
스마트폰·TV·가전 경영진 동행
성장가도 중남미 사업에 힘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뒷줄 오른쪽 세번째)이 설 연휴인 지난 26일(현지시간) 브라질 마나우스법인을 방문해 경영진들과 현지 식당에서 올해 완제품부문의 경영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뒷줄 오른쪽 세번째)이 설 연휴인 지난 26일(현지시간) 브라질 마나우스법인을 방문해 경영진들과 현지 식당에서 올해 완제품부문의 경영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올해 첫 글로벌 경영 행보는 중남미사업 점검이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 이어 올해 설 연휴에는 스마트폰과 TV·가전 등 완제품 부문 경영진을 이끌고 브라질에서 현지 전략회의를 진행하는 등 연초부터 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는 양상이다.

■브라질서 완제품사업 전략 구상

2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설 연휴인 이날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마나우스 법인을 찾아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현지 사업전략을 점검했다. 아울러 명절에도 근무하는 현지 주재원 등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번 출장에는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과 최근 인사에서 임명된 노태문 무선사업부장(사장) 등 소비자가전(CE)·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 경영진, 장시호 글로벌기술센터장 등이 동행했다.

브라질에는 삼성전자의 중남미사업을 총괄하는 상파울루 법인이 있다. 또 마나우스와 캄피나스 등 2곳의 생산기지에서 스마트폰과 TV, 가전을 생산해 중남미 시장 공급을 책임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파울루에 브라질 연구소와 중남미 디자인 연구소를 두고 중남미 소비자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중남미 스마트폰과 TV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전했다.

현재 42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삼성전자 마나우스 공장은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주력제품군 전반을 생산하는 중남미 시장 약진의 핵심 거점이다. 이 부회장이 새해 첫 해외출장지로 브라질을 선택한 것도 고전 중인 중국과 달리 성장가도를 달리는 중남미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마나우스는 브라질 북부 세계 최대의 열대우림 밀림지역 한가운데에 있는 오지였다. 내륙 개발을 위해 브라질 정부가 1960년대 마나우스 지역을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Zone)로 지정한 이후 국내외 투자가 집중되면서 지금은 브라질을 대표하는 공업지역으로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5년에 마나우스 생산법인을 설립해 현지 직접투자에 나선 지 25년이 됐다. 이 부회장은 개인적으로도 마나우스와 인연이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수업이 본격화됐던 2001년 해외사업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마나우스 생산공장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19년 만에 그룹 총수로서 경영진을 이끌고 현지를 다시 찾은 셈이다.

지난해 4월에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삼성 마나우스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글로벌 현장에서 삼성의 미래 찾기

이 부회장은 이번 브라질 출장에 앞서 지난 2일에는 경기 화성사업장의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반도체(DS) 부문 사장단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 전략을 논의했다. 그리고 한 달도 안돼 세트부문 사장단을 이끌고 중남미 현장경영에 나서면서 숨가쁜 연초를 보내고 있다.

삼성 안팎에선 그의 행보를 두고 "글로벌 현장에서 삼성의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4년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 이후 사실상 삼성의 경영을 승계한 이 부회장은 지난 5년여간 국내외 현장을 누비며 100년 기업을 향한 경영구상에 몰두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이 부회장은 마나우스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에서 나온다"며 "과감하게 도전하는 개척자 정신으로 100년 삼성의 역사를 함께 써 나가자"고 당부했다. 또 이 부회장은 "오늘 먼 이국의 현장에서 흘리는 땀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며 현장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명절 현장경영은 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세계 곳곳의 임직원들을 직접 격려하는 의미도 크지만 미래의 밑그림을 그리면서 최전선의 생생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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