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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우려는 한숨 돌렸지만…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7 17:53

수정 2020.01.27 17:53

12월 국내공급물가지수 0.3%↑
세 달 지속된 역성장 벗어났지만
연초 식품·외식물가 인상으로
소비 줄면 경기회복에 악영향
디플레이션 우려는 한숨 돌렸지만…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
연말 연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오름세다. 지난해 하반기 사실상 2개월 연속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낳았던 상황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다만 여전히 목표치(2%)를 밑돌고 경기개선 전망도 잠재성장률을 하회하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 더구나 연초부터 주요 식품물가와 외식비 등이 줄줄이 인상돼 소비자의 부담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성장세 둔화로 임금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가 오르면서 설 명절 민심은 "갈수록 살기가 팍팍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경기회복은 주춤하고 물가만 상승할 경우 되레 경제에는 부정적이다.


■연초 물가지표 상승세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월 대비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 0.3% 상승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진 3개월 연속 역성장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다.

국내공급물가지수는 물가변동 파급 과정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 출하 및 수입되는 상품·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표다. 원자재가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기간을 고려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선행하는 성격도 있다.

공급물가가 하락에서 상승으로 전환되면서 소비자물가에도 상승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9월 -0.4%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12월에는 0.7%까지 올랐다. 현재의 공급물가의 흐름이라면 이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2월에 비해서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러 물가를 나타내는 지표가 상승폭이 커지는 중이라는 점에서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난 것은 맞다"면서도 "근본적으로 수요약화 흐름은 아직 이어지고 있어 저물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은 수요측 물가 상승압력이 크지는 않다. 지난해 12월 수요측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은 0.7%를 보여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를 보였던 지난해 9월 근원물가 0.6%와 비교하면 개선 폭이 0.1%포인트에 그쳤다. 최근 경제심리가 개선되고 있어서 앞으로 개선 가능성은 있지만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홍 연구위원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하는 경로를 지속적으로 따라가야지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불확실성, 체감물가만↑

경제 전체로 봤을 때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난 것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물가상승이 실질적인 경기회복과 연결될 수 있느냐 여부다.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19~2020년, 2.5~2.6%)을 하회하는 2.3% 수준으로 예상한다. 올해 경기 상황이 물가를 목표치 수준으로 끌어올릴 만큼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관측한 것이다. 실제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0%로 예상한다.

경기와 물가 흐름은 임금과도 연결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80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노사관계전망 등을 조사한 결과 2020년 임금인상 수준은 2% 수준일 것이라는 응답이 45.7%로 가장 많았다. 이런 결과는 지난 2019년 11월 기준 협약임금인상률(4.0%)의 절반 수준이다.

더구나 연말 연초 물가상승 압력은 공급측 요인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가 상승 반전한 이유도 농수산물의 공급 축소와 국제유가 인상, 환율 영향이었다. 이처럼 공급측 요인에 의해 물가가 오르면 경제주체들의 체감물가를 끌어올린다. 반대급부로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결론적으로 경기 불확실성은 커지고, 체감물가는 오르고, 임금은 정체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소비자물가 흐름은 한은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다.


경기개선 흐름이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한은이 올해 금리를 연내 동결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경기회복세가 약한 상황에서 물가만 기저효과로 오른다면 기준금리는 인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물가는 기저 영향에 올 1·4분기 중 상승할 것이지만 내수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물가상승이라면 (통화정책의) 대세 전환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지금의 경기개선 조짐은 기저 영향에 따른 것일 뿐 명확하게 대세 전환이라고 판단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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