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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사이언스] 유전자 조작한 박테리아로 꿀벌진드기 없앤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31 06:40

수정 2020.01.31 06:39

꿀벌 집단 폐사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바로아 진드기(꿀벌진드기)'가 꿀벌 등에 달라 붙어 있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제공
꿀벌 집단 폐사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바로아 진드기(꿀벌진드기)'가 꿀벌 등에 달라 붙어 있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미국 연구진이 꿀벌이 집단 폐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변종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 박테리아가 번식과 예방접종이 쉽고 간단하며 꿀벌 이외에는 확산되지 않아 양봉 농가에 널리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의 낸시 모란 융합생물학과 교수팀은 유전자를 조작한 박테리아를 만들어 꿀벌의 집단폐사를 막을 수 있다고 31일(한국시간)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이 연구의 제1저자이자 대학원생인 숀 레너드는 "미생물군의 유전자를 조작해 꿀벌의 생존율을 향상시킨 것은 이번 연구가 최초"라고 말했다.


이 유전자 조작 박테리아는 꿀벌의 내장에 살면서 집단 폐사의 주요 원인인 '바로아 진드기(꿀벌진드기)'와 날개를 기형으로 만드는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는 물질을 쏟아낸다.

꿀벌진드기와 기형날개 바이러스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꿀벌진드기가 사람의 간에 해당하는 꿀벌의 지방체를 녹여 빨아먹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동시에 꿀벌을 약화시키고 다른 병원균에 취약하게 만든다.

연구진은 바이러스와 진드기를 타깃으로 한 박테리아를 각각 조작했다. 대조군 꿀벌과 비교했을 때,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는 박테리아 균주로 처리된 꿀벌은 10일째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36.5% 더 높았다. 또 꿀벌진드기를 막기 위해 조작된 박테리아로 처리된 꿀벌에 붙어있는 진드기는 대조군 꿀벌에 붙어있는 진드기보다 10일 이내에 죽을 확률이 약 70% 더 높았다.

꿀벌도 인간처럼 장 속에 미생물인 박테리아 생태계가 존재한다. 또한 특정 바이러스와 싸우는데 도움이 되는 'RNAi'라는 항바이러스 방어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RNA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건강한 세포가 감지하는 '이중가닥 RNA'라는 분자를 만들어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모란 교수는 "일반적으로 RNA 바이러스가 복제될때 이런 분자들의 징후를 볼 수 있는데 이 반응은 나쁜 것일지 모르니 공격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꿀벌에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유용한 RNAi 반응을 촉진하고 진드기에 치명적인 RNAi 반응을 유발하기 위해 실험실 환경에서 꿀벌 수백 마리에게 변형된 박테리아를 주입했다. 꿀벌들은 박테리아가 들어간 설탕물 용액을 먹고 서로에게 뿌려 몸을 손질했다.

연구팀은 어린 일벌들에게 이 박테리아를 접종하는 것이 RNA 바이러스인 기형 날개 바이러스로부터 꿀벌들의 면역체계를 보호하도록 유도하고 꿀벌진드기를 결국 죽이게 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유전자조작 박테리아가 외부로 퍼져 다른 곤충들을 감염시킬 위험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사용되는 박테리아의 종류는 꿀벌의 장속에서 살아가는 것에 국한돼 있으며 꿀벌 이외에서는 오래 살수 없다. 또한 벌만 공격하는 바이러스에만 반응한다.
연구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 환경에서 치료 효과와 안전을 위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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