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신종 코로나에 달러 고공행진, 연준 금리인하 재촉할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2 16:14

수정 2020.02.12 16:14

[파이낸셜뉴스]

미국 달러지수 추이 /사진=블룸버그, FT
미국 달러지수 추이 /사진=블룸버그, FT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은 달러 고공행진이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달러 고공행진은 그러나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적어도 올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의회 증언에서 신종 코로나에 따른 세계 경제 충격과 미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도 파월 의장에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고공행진 달러, 올들어 2.5% 급등
파이낸셜타임스(FT), CNN비즈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달러는 올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6개 주요 통화대비 달러 가치 흐름을 나타내는 ICE 달러지수는 올들어 2.5% 넘게 뛰었다. 덕분에 달러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수준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전체 상승폭이 0.2%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상승폭이다.

이는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뱅크오브뉴욕멜론 등 대부분 애널리스트들의 연초 전망과 상반된 흐름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해말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에서 화해 분위기를 보임에 따라 올해 세계 경제가 미 경제에 비해 더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이에따라 달러가 약세를 띨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은 미국과 이란간 갈등 고조, 이후 중국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로 인해 뒤집혔다.

반면 올해 오름세가 예상되던 신흥국 통화는 중국 경제 충격파로 급락세를 타고 있다. JP모간 신흥국 통화지수는 올들어 2.36% 급락했다.

달러 강세의 주된 배경은 역시 신종 코로나다.

배넉번 글로벌 포렉스의 수석 시장전략가 마크 챈들러는 "다른 지정학적 이슈들이 (단 번에 끝나는) 별똥별이라면 신종 코로나는 긴 꼬리를 가진(따라서 영향도 오래 미치는) 혜성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에 큰 충격을 받게 될 세계 경제에 비해 미 경제 성장세가 올해에도 더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배경이 되고 있다.

시티그룹 선임 외환전략가 캘빈 체는 이같은 전망이 달러 강세에 군불을 때고 있다면서 "미국의 예외주의(나홀로 성장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테마"라고 강조했다.

미 경제는 지난달 신규고용이 예상치 16만명을 크게 웃도는 22만5000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된데다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역시 예상과 부합하는 2.1%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는 등 성장흐름이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의 교역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달러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다.

게인 캐피털의 글로벌 시장리서치 책임자 매트 웰러는 "국제 교역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미 경제가 신종 코로나에 따른 성장 충격을 상대적으로 잘 버텨낼 것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연준, 금리인하 압박 심화
이같은 달러 강세는 그러나 미 경제 성장세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인이 된다.

애플, 알파벳,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을 비롯한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의 실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수출기업들은 달러 강세로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는 한편 해외 매출을 국내로 들여올 때 환차손을 입기 때문에 이중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펀드스트래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리서치 책임자 톰 리는 "강달러는 수출 경쟁력을 저하시켜 결국에는 미 성장세에 역풍을 불러오게 될 것이어서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를 유지하도록 하는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때문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흐름으로 보면 연초만해도 올 9월께 0.25%포인트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봤던 시장은 이제 금리인하 시기를 7월로 두 달 당긴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파월 연준 의장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증언하는 동안 트위터를 통해 유럽의 마이너스(-)금리를 추켜세우고, 연준에 금리인하를 종용했다.

파월 의장은 그러나 이날 증언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신종 코로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미국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지만 그 충격이 어떤 것이 될지 말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같은 영향들이 전망을 실질적으로 재평가하도록 만들 수 있는 지속적인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에 따른 충격은 올 후반 대부분 상쇄될 것으로 전망되는 일시적 충격 요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금리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달러 강세가 경제 흐름을 어렵게 하고, 올 재선이 유력한 트럼프의 압박까지 더해지면 연준이 정책방향 선회 가능성은 높아질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