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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부동산 인플루언서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7 18:02

수정 2020.02.17 18:02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를 연출한 유하 감독의 2015년 작 '강남 1970'은 서울 강남 개발 초기 정치권의 정치자금, 주먹세계의 이권다툼 그리고 '원조' 복부인의 치맛바람을 그린 영화이다. 무려 2000배나 오른 강남 부동산 폭등의 비밀을 한꺼풀 벗겨 보여줬지만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다.

요즘 우리나라 부동산 시세는 '부동산 인플루언서(influencer·유명인)'의 손아귀에서 춤춘다. 부동산 실물을 움직이는 손이다. 스타강사, 운영자, 투자고수라는 이름으로 암약 중이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엔 5만3000개, 다음엔 4700개를 넘는 부동산관련 커뮤니티가 있다.
유튜브 채널에는 이들이 쏟아내는 '아니면 말고'식 영상이 홍수를 이룬다. 수만~수십만명의 회원이나 구독자를 보유한 부동산 인플루언서들이 홍보하는 특정 매물은 실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자칭 타칭 고수들의 말을 믿고 투자했다가 성공한 이보다 낭패를 본 이가 더 많다.

특히 유튜브 동영상을 통한 매물추천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됐다. 전파력이 빠른 SNS에 '임장(臨場)'이라는 현장답사 기법까지 더해져 한국인 특유의 집단적 사고와 위험감수 기질에 거대한 화학작용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SNS 공간에서 행해지는 투자고수의 '달콤한 유혹'을 큰 의심 없이 따르는 경향이 의외로 높다.

가정주부를 축으로 하는 일반투자자 대부분이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부동산 매물을 홍보하거나 추천하는 자칭 전문가의 경력과 이력을 알 도리가 없고, 제공 물건에 대한 정보도 말에만 의존하는 형편이다. 허위정보로 손해를 끼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힘든 노동소득보다 편한 부동산 불로소득을 쫓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정보의 비대칭성, 시장교란 현상이 심화되면서 정부정책이 무력화되는 현실을 수수방관할 순 없다.
사이버 공간에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보이지 않는 손'을 어떻게 막을지 '사회적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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