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손대면 톡 하고 물체정보 주는 '전자피부'의 비밀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2 09:00

수정 2020.02.22 09:00

ETRI와 서울대, 민감도 20배 향상된 초고감도 '전자피부' 개발
[파이낸셜뉴스]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선 주인공 톰크루즈가 투명 디스플레이에 손을 접촉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영화 ‘아바타’에서도 연구팀이 아바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투명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나비'에 대해 연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영화속 가상현실로만 여겨져왔던 장면이 현실속에서 가능할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흥미롭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압력센서를 로봇팔에 적용하면 정확한 감도로 물건을 잡을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압력센서를 로봇팔에 적용하면 정확한 감도로 물건을 잡을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이런 가상현실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한 곳이 있다. 바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다. 물론 서울대 연구팀과 함께 개발했다.

ETRI와 서울대는 공동으로 나노 복합소재를 이용해 기존보다 민감도가 최대 20배 높은 초고감도 투명 압력 센서를 선보였다.

이 센서는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피부에 붙이면 실시간으로 맥박이 뛰는 핏줄모양을 보여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 심지어 이 디스플레이에 손가락을 대보면 지문모양이 빨갛게 표시될 정도다.

이 디스플레이는 미세한 압력에도 빛을 내 압력의 강도와 위치 뿐만 아니라 압력을 가한 물체의 3차원 표면 정보까지 알 수 있다는 것. 이 기술은 생체인증, 웨어러블 기기, 의료용 보조기기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한마디로 초고감도 기술을 통해 촉각의 시각화를 통해 '눈감아도 손만 대면 대상의 모양은 물론 색깔까지 실감나게 보이는 세상'이 열리게 된 것이다.

ETRI 이정익 실감소자원천연구본부장은 "이번에 개발한 센서의 초고감도 성능을 활용하면 물체의 하중 및 물체의 표면이 어떤 모습인지도 구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구진은 나뭇잎의 잎맥 형상, 손가락의 지문 모양 및 지문의 깊이 등 아주 작고 세밀한 패턴이 있는 물체의 표면들을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데이터 처리를 통해 깊이감 있게 3차원으로 표시해 내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향후 한 사람의 지문 골의 높낮이 표현까지 가능해 생체인식 관련 보안에도 유용할 전망이다. 또 로봇에 이 센서를 부착하면 로봇이 느끼는 물체의 거칠기, 매끄러운 정도까지 알 수 있다.

이정익 본부장은 "연구진이 개발한 초박형 압력 센서는 초고감도 특성을 지녀 생체인증, 웨어러블 기기, 로봇 팔, 터치형 디스플레이, 의족·의수, 전자제품 등 압력 센서가 활용된 분야에 폭넓게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존 압력센서 구조와 달리 새로운 센서 물질로 나노 소재를 이용했다. 이 압력센서는 양자점 발광 소자의 적층 구조에 응용해 감도를 높이면서도 압력분포를 바로 볼 수 있게 개발했다. 압력에 의해 접촉된 부분만 발광하는 형태다.

연구진은 전도성 고분자 나노 와이어와 나노 셀룰로스를 섞은 복합 소재를 센서 물질로 썼다. 나노 와이어끼리 접촉이 많아지면 전도도가 높아진다는 특성을 이용했다. 접촉량을 늘릴 수 있도록 머리카락 두께의 100분의 1 굵기인 1㎛ 두께의 초박형 투명 고감도 센서로 복합 소재로 만들었다. 1㎛ 센서 층에는 약 100개 층을 쌓을 수 있다.

또한, 센서 물질을 적용한 양자점 소자도 만들었다. 전기를 가하면 발광하는 퀀텀닷 구성층 맨 위에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 물질을 올려 압력이 가해질 때만 전류가 흘러 빛을 내게 만든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진이 압력 분포 및 표면 형상을 실시간 검출 시험을 하고 있다.(아래 사진) 마이너리리포트에서 주인공이 투명디스플레이를 손으로 조정하고 있다.(위 사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진이 압력 분포 및 표면 형상을 실시간 검출 시험을 하고 있다.(아래 사진) 마이너리리포트에서 주인공이 투명디스플레이를 손으로 조정하고 있다.(위 사진)
연구진이 개발한 센서는 투명하고 두께가 2㎛이고 100㎜ x 100㎜ 크기이며 압력이 가해지면 압력분포 부분이 실시간으로 빨갛게 표시된다. 빛의 3원색인 빨강·녹색·파랑(RGB) 표현도 모두 가능하다. 센서의 민감도 또한 사람 맥박 표시가 가능할 정도로 뛰어나고 압력의 범위도 손바닥 전체를 누르면 표시할 정도로 넓다. 바늘 침의 압력도 감지 가능한 수준으로 정교하다.

또한, 전극을 복잡하게 배열할 필요가 없어 1㎛ 두께로 얇으면서도 감도가 높은 소자를 만들 수 있다.
나노 복합소재 색이 투명하기에 소자도 투명하게 만들 수 있어 다양한 기판에 올려 활용하기도 쉽다.

아울러, 센서 소재가 유연하고 용액 공정으로 적용하기도 쉬워 넓은 면적의 기판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제작할 때도 유리하다.
소재가 저렴하고 친환경적이기에 신체에 무해하며, 습기 등 생활 오염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장기간 사용해도 성능이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결과도 확인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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