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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투어 시드 획득' 김비오, "속죄하는 마음으로 더 성숙한, 더 강한 선수가 되겠다"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6 11:56

수정 2020.02.26 11:56

퀄리파잉 공동 5위로 아시안투어 출전권 획득
일본프로골프투어 1부 조건부와 2부 풀시드   
27일 뉴질랜드 남섬 퀸즈타운의 밀브룩리조트코스에서 열리는 아시안투어 뉴질랜드오픈에 출전한 김비오가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정대균기자
27일 뉴질랜드 남섬 퀸즈타운의 밀브룩리조트코스에서 열리는 아시안투어 뉴질랜드오픈에 출전한 김비오가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정대균기자
[파이낸셜뉴스]【퀸즈타운(뉴질랜드)=정대균골프전문기자】 "새로운 직장을 구한 느낌이다."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태국 차암의 타일랜드CC에서 막을 내린 아시안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한국 선수 중에서 가장 상위인 공동 5위로 합격, 올 시즌 아시안투어 출전권을 획득한 김비오(30)의 소감이다.

27일 개막하는 아시안투어 뉴질랜드오픈(총상금 140만 뉴질랜드 달러)에 출전하기 위해 뉴질랜드 남섬 퀸즈타운의 밀브룩리조트코스(71)를 찾은 김비오는 "지난해 불미스런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과 관계자들의 배려로 다른 투어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며 "부족한 저에게 그런 기회를 갖게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인터뷰를 사양하던 김비오가 조심스럽게 꺼낸 '불미스런 행동'은 다름아닌 지난해 KPGA코리안투어 대회서 있었던 이른바 '손가락 욕설'이다.
당시 사건은 자신의 경기를 줄곧 방해하던 한 갤러리의 행동이 화근이었다. 팬들의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KPGA는 상벌위원회를 소집, 3년간 국내투어 출전 정지와 벌금 1000만원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가 이후 출전정지 1년에 사회봉사 120시간으로 그 수위를 낮췄다.

그러면서 자칫 선수생명에 최대 위기를 맞았던 김비오에게 해외투어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됐다. 먼저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에 응시, 39위에 입상했다. 비록 마지막날 부진으로 풀시드 획득은 놓쳤으나 1부투어 조건부 시드와 2부투어 출전권을 획득한 것. 그리고 이번 아시안투어퀄리파잉스쿨 합격으로 아시안투어서 활동하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다.

김비오는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던 제 행동으로 팬, 동료 선수, 그리고 저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 깊은 상처를 줬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코스에서 뿐만 아니라 코스 밖에서도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라며 "더 강한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 그리고 그 결과로 얻어지는 모든 것들은 결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꼭 실천하겠다"는 속내를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작년 9월 이후 한동안 김비오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대인기피증에 공황장애 증세까지 찾아온 것. 그럴 때 가장 큰 버팀목이 됐던 것은 5년 연애 끝에 2018년 3월에 결혼한 아내와 지난해 12월30일에 태어난 딸 등 '가족'이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결혼을 잘한 것 같다(웃음)"면서 "심신이 극도로 지쳐 있을 때 '포기하지 말고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아내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이제 아이까지 생겼으니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더 커졌다. 결코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도록 하겠다"고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힘든 시기를 극복해내기까지 또 한 명의 빼놓을 수 없는 멘토는 풍산그룹 류진회장이다. 평소 남자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류 회장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김비오를 손수 챙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비오는 "회장님께서 해주셨던 조언 중에 '멀리 내다 보고 긴 호흡을 해라'는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그동안 '눈앞의 이익만 생각해 다소 조급했던 것은 아니었나'라고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좋은 약이 됐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아픈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성숙해지려는 김비오가 어떤 행보를 보일 지 귀추가 주목된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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