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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구매 ‘클릭전쟁’ 참전해보니.. "장난 아니네"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0 14:34

수정 2020.03.10 14:34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가 품귀현상을 빚으며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약국에 공적마스크가 소진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가 품귀현상을 빚으며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약국에 공적마스크가 소진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아에르 마스크 또 실패했네” “이제 몇 시에 사면 돼요?”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지속되자 마스크 구매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사이트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동시 접속자만 2000명을 넘길 정도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1장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다가도 제품이 풀리는 시간이면 서로 치열한 클릭 경쟁을 벌인다. 이런 마스크 구매 클릭전쟁에 기자도 참전해봤다.


■역대급 클릭 전쟁.. 결제 중에도 품절
지난 9일 오전 9시 30분부터 마스크 정보 공유 사이트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마스크를 찾겠다고 마스크 정보 공유 사이트에 접속한 사람들만 2500명을 넘었다.

1차 목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KF94 마스크 10개를 1만1900원에 판다는 아에르 마스크였다. 정확히 언제 구매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대략적인 시간에만 맞춰 F5 키를 연타하면서 페이지 새로고침을 반복했다. 제품 판매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페이지에는 ‘현재 유입 폭주로 구매가 어렵습니다. 과도하게 새로고침을 할 경우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오전 9시 45분께 새로고침을 하다가 구매하기 버튼이 보였으나 새로고침을 반복적으로 하다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실패했다.

오전 10시에는 레스텍 마스크 2매 1세트를 저렴하게 긴급 입고했다는 업체에서 주문을 시도했다. 주문을 하니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 ‘이제 됐다’ 싶었다. 하지만 결제 버튼을 누르니 그 사이 품절이 됐다고 떴다. 한 때 공연 좀 다녀봤던 사람으로서 티켓팅에 익숙한데도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오전 10시 23분에는 4900원에 5매를 파는 뉴네퓨어 KF94 마스크를 사기 위해 새로고침을 눌러댔으나 주문하기 버튼조차 구경할 수 없었다. 오전 10시 30분에도 다른 업체 마스크 3장 구매를 시도한 뒤 오후 3시에도 닥터퓨리 마스크를 노렸으나 이번에도 실패였다. 마스크 사는게 고시만큼 어렵다며 ‘마스크 고시’라는 표현이 생겨났는데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다.

마스크 구매 ‘클릭전쟁’ 참전해보니.. "장난 아니네"

■“매크로 아니면 못 사는 건지”.. 실제 사례 검거돼
이러다 보니 속된 말로 똥손인 건가 싶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경험을 겪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모씨는 “5개 업체 돌아가며 온라인 구매를 시도했지만 줄줄이 마스크 고시에서 낙방했다”며 “매크로가 아니면 못 사는 건지, 그렇게라도 믿고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오늘도 마스크 구입 실패', '마스크 티켓팅 실패', '마스크 고시 낙방했습니다', '일주일째 마스크 구매하는데 실패하네요' 등의 마스크 구매 후기담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실제 매크로를 이용해 인터넷에 올라온 마스크를 1만장 가까이 사재기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쿠팡에서 매크로로 마스크 9500장을 사들인 20대 남성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최근 불구속입건했다. A씨는 지인 8명의 사이트 아이디를 빌린 뒤 값을 올려 되팔기 위해 지난달 초부터 이 같은 행위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쯤 되니 음원 순위 조작 의혹을 비판한 랩퍼 마미손의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기계를 어떻게 이기라는 말이냐, 내가 이세돌도 아니고.'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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