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항균·황사방지 면 마스크? 물에 담그면 시커먼 먼지가 뚝뚝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0 17:59

수정 2020.03.11 10:20

단속 피해 황사방지 써붙여 판매
대부분 인증 안된 중국 가짜제품
유사제품 많아 구매때 주의해야
#. 매일 마스크 구하기 전쟁에 시달리던 A씨는 '면 마스크도 괜찮다'는 뉴스를 보고 최근 검정색 면 마스크를 구매했다. 서울 남대문 시장 인근에서 '압축 면 재질'로 만들어 먼지와 바이러스 등을 잡아주고 항균처리까지 됐다는 제품을 골라 3일간 착용했다. 이후 빨래를 하기 위해 마스크를 물에 담궈본 A씨는 깜짝 놀랐다. 제품에서 검정색 먼지와 시커먼 물이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A씨는 "국내 공장에서 직접 떼 온 제품이고 항균인증도 받았다고 해 구매한 것"이라며 "오히려 마스크를 써서 건강이 더 나빠진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비슷한 제품을 파는 곳을 너무 많이 봤는데, 딱히 인증마스크도 아니라 어디로 신고해야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가 구매한 검정색 '항균' 면 마스크. 본지가 구매 후 세척해본 결과 검정색 먼지와 불순물들이 잔뜩 빠져나왔다. 사진=오은선 기자
A씨가 구매한 검정색 '항균' 면 마스크. 본지가 구매 후 세척해본 결과 검정색 먼지와 불순물들이 잔뜩 빠져나왔다. 사진=오은선 기자

■유사제품 많아…판단은 소비자 몫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경찰 등이 마스크 판매 단속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지만 불량마스크가 여전히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5부제 시행에도 약국마다 줄을 길게 서야 살 수 있는 현실에 소비자들이 대체품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인증되지 않은 불량마스크에 노출될 위험이 커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남대문 시장 인근에는 A씨가 구매했다는 물건과 똑같은 모양의 제품을 여기저기서 팔고 있었다. 대부분 'MADE IN KOREA(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적혀있었고, 판매업자들은 "국내공장에서 만들어져 안심해도 된다"거나 "일본 특수원단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업자는 마스크 1장당 2000원에 판매했다.

마스크 포장지에는 '황사 방지용'이라는 문구가 부착돼 있었다. 그러나 황사 방지용 마스크일 경우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제품 어디에도 관련 인증마크나 허가 내용은 없었다.

인근 상인들 사이에서는 해당 제품이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졌고 인증도 되지 않은 제품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상인 B씨는 "중국에서 들여온 비위생적인 마스크를 포장지에만 '메이드 인 코리아'를 붙여 파는 것"이라며 "실제로 항균 인증받은 마스크와 모양만 똑같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제품을 한국 제품이라고 속여 파는 것은 같은 상인으로서 양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주변 상가에 유사품이 넘치는데, 결국 판단은 소비자의 몫으로 넘기는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정부단속 피해 항균 마스크로 둔갑

정부는 현재 마스크와 손소독제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식약처·공정위·국세청·관세청·경찰청·지자체로 구성된 정부합동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단속은 KF인증 마스크의 가격폭리나 매점매석, 인증받지 못한 마스크를 인증 마스크라고 속여파는 행위 등에 국한된다.
일반 마스크의 경우 단속 대상이 되지 않지만, 미세먼지와 황사, 호흡기 보호 등 보건용 마스크의 성능을 표시할 경우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항균 마스크' 등 일반 마스크는 공산품이기 때문에 단속 대상이 아니지만 황사 방지와 같이 보건용 문구가 적혀 있는 경우는 다르다"며 "해당 경우 의약외품 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시 국민신문고 사이트를 통해 식약처에 신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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