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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일주일간 48% 폭락…'디지털 금' 회의론 확산

김소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3 11:00

수정 2020.03.13 11:00

코로나19 사태 심화에 주식·가상자산 모두 폭락 
비트코인 하루만에 39% 급락…개당 390만원 빠져
"가상자산, 주식·채권보다 규모 미미…안전자산 아냐"
"위험 헷징 수단으로 비트코인 여전히 '디지털 금' 맞아"
[파이낸셜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1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전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인 팬데믹(pandemic)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주식 시장을 비롯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 시장까지 연일 폭락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세계적인 위기 상황때마다 비트코인이 '자금 피난처' 역할을 하며 가격 상승 곡선을 그렸던 것과 달리 지난 6일간 비트코인 가격이 48% 넘게 곤두박질치며 '디지털 금' 기능에 대한 의문도 확산되고 있다.

■비트코인, 하루만에 39% 폭락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지난 8일부터 5일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지난 8일부터 5일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13일 가상자산 시황분석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비트코인 가격은 4770달러(약 584만원)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 오전 7900달러(약 970만원)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하루만에 개당 390만원 가량 빠진 것이다.
특히 비트코인이 5000달러 아래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만에 처음이다.

올초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은 개당 6800달러(약 830만원)에서 거래됐다. 이후 지난 1월 8일 미국과 이란간 지정학적 갈등 고조 사태로 단숨에 8000달러(약 970만원)까지 돌파한 비트코인은 지난달초 중국 춘제 종료 이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공포로 1만달러(액 1205만원)를 넘겼다. 하지만 이번 폭락으로 비트코인은 지난 두달간의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과거 정치, 경제학적인 위기 상황이 도래할때마다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들의 가격 상승은 이어져왔다. 지난해 6월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이 고조될 당시 비트코인은 개당 1만3천달러(약 16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해당 시기 비트코인 가격은 꾸준히 상승한 결과 17일간 74%에 가까운 상승률을 나타냈다.

가까운 시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나, 지난해말 촉발됐던 홍콩과 중국간 갈등 사태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비슷한 현상이 반복됐다.

■ "비트코인, 안전자산 아냐" 무게

하지만 지난 8일에서 9일을 넘어가는 자정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5% 가량 떨어진 것을 시작으로 비트코인 하락세는 6일동안 계속해서 지속되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비트코인은 총 48% 가량 곤두박질쳤다.

이는 지난 9일(현지 시간)부터 본격화된 증시 대폭락장과도 겹친다. 코로나19의 감염국 확산 및 실물경제 부진 영향으로 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같은날 200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각각 7.29%P, 7.6%P 곤두박질쳤다.

이날 코스피 역시 지난해 8월 이후 약 7개월만에 1800포인트대로 떨어졌으며, 일본 닛케이 225지수를 비롯해 상하이종합지수,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주요 지수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비트코인이 이처럼 주가 급락과 궤를 같이하며 '디지털 금'이라는 안전자산 역할을 할 수 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당시 일각에선 비트코인이 주요국 증시를 따라 개당 5000달러(약 603만원)까지 떨어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현재 비트코인은 해당 관측보다도 2.6% 더 낮은 4770달러(약 584만원) 선에서 거래되는 상황이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 전체 시가총액이 2200억달러(약 270조원) 규모로 매우 작다는 점 역시 비트코인의 안전자산 기능에 대한 반론을 강화하고 있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 담당 관계자는 "현재 미국 S&P 지수 시총은 원화로 3.5경 정도이며, 채권 시장은 그보다 수십배가 넘는 규모"라며 "아직 가상자산 시장은 실물경제 시장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기능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 "'디지털 금' 비트코인, 안전자산 닮았어"

반면 여전히 비트코인이 어느정도 안전자산의 속성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계속해서 수요가 있고, 다른 가상자산 간 거래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교환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비트코인을 완전히 안전자산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언제든 온라인에서 거래할 수 있는 등 실제 그런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때문에 비트코인의 약 70% 정도는 안전자산에 가깝다고 표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금이나 채권의 경우 기관의 시장 진입이 자유롭고 전통 금융에서 인프라도 잘갖춰져 있는 반면, 비트코인의 경우 아직 각국 기관투자자가 리스크 헷징 수단으로 접근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즉, 비트코인이 개별 국가의 화폐나 경제시스템을 대체할 중립적 자산으로서 보편적인 금융 인프라를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일뿐 현 시점에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 아니라고 속단하기 이르다"고 분석했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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