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1표차로도 당락 갈리는데…배위의 '공개투표'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2 18:00

수정 2020.03.22 19:24

참정권 위협하는 '부실 선상투표'
상급자가 특정후보 강요하거나
정치성향으로 인신공격성 발언도
대상자 1만명 넘는데 투표율 하락
사전투표 중요한 총선에 '결정타'
1표차로도 당락 갈리는데…배위의 '공개투표'
"투표 내역을 알게 된 선장이 '그쪽을 찍으니 나라가 이 모양이 아니냐'며 배에서 하선할 때까지 인격적인 공격을 지속했다."(외항상선 항해사 A씨)

선원들의 참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4·15 총선을 불과 20여일 앞둔 가운데 선상투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지난 2월 한달간 항해사·기관사·부원 등 각급 선원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적지 않은 수가 투표과정에서 비밀, 직접선거 등 선거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선상투표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에 비해 훨씬 수가 적지만 총선의 경우 사전투표로 등락이 판가름나는 경우가 적잖아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22일 선거관리위원회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내달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총선거 선상투표가 4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실시된다. 선거일 기준 승선해 있는 상선과 어선 선원들이 대상이다.

선상투표 제도가 도입된 제18대 대선 이후 선거 때마다 투표대상자는 1만명을 넘겼다. 그 결과를 들여다보면 현행 선상투표 제도와 운영상의 괴리가 크다는 점이 그대로 노출된다.

선상투표 제도가 도입된 뒤 처음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선상투표를 신고한 선원은 7060명이었다. 유권자 대비 신고율은 55.5%, 실제 투표율은 52.3%다. 지난 19대 대선은 4090명만이 신고했다. 신고율은 불과 40%였으며 투표율은 36.9%였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총선은 더 낮았다. 두 대선 사이 치러진 제20대 총선은 2849명이 신고해 신고율 28.2%, 투표율 26.8%를 기록했다.

이를 일반 유권자의 투표율과 비교하면 문제가 명확해진다. 일반 유권자의 18대 대선 투표율은 75.8%, 20대 총선은 58%, 19대 대선은 77.2%였다. 선상투표율과 비교하면 각 23.5%포인트, 31.2%포인트, 40.3%포인트 차이다. 선거를 치를수록 일반 유권자 투표율과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선원들이 갑자기 선거에 관심을 잃었거나 선상투표 제도 운영에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부는 상급자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강하게 밝혀 투표에 영향을 받았다고도 했다. 심하게는 선장의 선택으로 아예 투표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까지 있었다.

선관위는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접수된 신고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를 방해한다거나, 비밀투표를 침해한다거나, 이런 경우는 (해결할 수 있는) 관련법이 다 있다"면서도 "일일이 배에서 일어나는 부분을 전수조사할 순 없다.
실제 제보가 있어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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