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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부양 노리는 美, 본격적으로 사우디 압박...G20 공조 추진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6 14:58

수정 2020.03.26 14:58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러시아와 '석유전쟁'을 시작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설득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외교적인 압박에 나섰다. 사우디는 미국의 감산 요청에도 생산량을 유지할 방침으로 알려졌으며 석유 가격을 올리려면 미국뿐만 아니라 주요20개국(G20) 차원의 개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25일(현지시간) 발표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날 사우디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과 빈 살만 왕세자가 세계적 대응 차원에서 에너지 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 했다"했다고 전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통화에서 사우디가 G20의 지도국이자 중요한 에너지 리더로서 세계가 심각한 경제적 혼란에 빠진 지금 국제 에너지 및 금융시장을 안심시키고 수완을 발휘할 진짜 기회를 잡았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뉴욕시장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2% 오른 24.49달러를 기록했고 런던 시장의 브렌트유 선물 가격 또한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 배럴당 27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석유 가격은 2016년부터 생산량을 줄여왔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지난 6일 감산 연장에 실패하고 사우디가 11일부터 산유량을 대폭 늘리면서 이달 18일 폭락했으나,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조금씩 오르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9일 연설에서 중간지점을 찾으려 한다며 석유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세계 최대 석유 중개사인 비톨을 인용해 석유 시장 내 과잉 공급량이 일평균 2000만배럴 수준이라며 사우디와 러시아가 석유 수출을 완전히 멈춰야만 균형이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와 의회는 70%의 셰일 석유 개발사가 저유가로 인해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외교적 압박을 고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블룸버그를 통해 사우디가 다음달 생산량을 역대 최대 규모인 일평균 1230만배럴로 늘리려 한다며 미 정부가 이 계획을 저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셰일 업체들이 밀집한 텍사스주의 마이클 맥콜 하원의원(공화당)은 이날 국무부에 서신을 보내 "사우디와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석유전쟁의 파괴적인 경제적 영향을 막기 위해 정부가 외교적 개입을 지속하길 원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블룸버그가 접한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는 미국의 압박에도 증산 방침을 바꿀 생각이 없다.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저유가 상황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면서 아직도 셰일 업체들의 생산량을 줄일 의지를 보이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는 저유가 상황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전망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세계 각국이 모두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 협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미국과 사우디의 고위 관료들이 몇 차례 논의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오는 26일 사우디 주최로 화상으로 열리는 G20 특별 정상회의를 언급하고 회의에서 석유 문제가 나올 것이며, 최소한 경제 문제를 다루면서 부분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다국적 시장정보업체 IHS 마킷의 대니얼 예르긴 부회장은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석유전쟁을 멈추려면 G20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G20의 협력이) 현재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는 사우디와 러시아를 넘어 미국과 브라질, 중국, 프랑스 등 다른 대규모 산유국 및 수입국들까지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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