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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4월 학기 vs 9월 학기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6 16:39

수정 2020.03.26 16:39

입시당국이 대체 무슨 예지력이 있길래 해마다 역대급 추운 날만 골라 입시날로 정하는 것일까. 수험생을 경험한 이라면 누구나 이 말의 의미를 안다. 대한민국 입시날은 유난히 춥다. 입시생들은 극한의 긴장상태에서 손이 꽁꽁 어는 추위까지 겹쳐 평생 가장 강렬한 하루로 이날을 기억한다.

입시한파를 겪을 때마다 한쪽에선 세계 유일의 우리나라 봄 신학기제를 탓하는 목소리가 흔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북반구 나라들은 대부분 9월에 새학년을 시작한다. 일본이 우리와 비슷하지만 거기도 3월이 아니고 4월이다.
호주 등 남반구에선 2∼3월이 신학기이지만 이때가 가을학기다. 우리 학기제 형태는 유례가 드물다. 근대교육이 정비되던 구한말 새학년은 7월 시작이었다. 그 후 일제강점기와 미군정 시기를 거치며 4월·9월 학기제가 혼용됐다. 건국 후 조금씩 앞당겨지더니 1961년부터 지금의 3월 학기제가 정착됐다.

9월 신학기 체제에선 꽃피는 봄날 입시가 가능하다. 학부형들은 더 이상 시험날 교문 앞에서 맹추위와 싸우며 기도를 올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실질적인 득은 글로벌 기준에도 맞아 학생들 국제교류가 용이해진다는 점이다. 학기가 달라 해외로 간 유학생뿐 아니라 국내로 온 외국 학생들도 최대 1년을 손해봤다. 방학인 듯 아닌 듯, 애매한 봄방학 문제도 해결된다. 긴 여름방학을 새학년 준비기간으로 삼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대대적 학사일정 개편, 이와 맞물린 취업시장 판도 변화 등 사회적 비용만 수조원에 이른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문민정부 이후 수차례 9월 학기제가 논의가 있었지만 한번도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한 것은 합의 불가 영역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때아닌 바이러스가 초유의 개학 연기에 이어 이번엔 9월 학기제 개편에 불을 붙이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이 "아직은 아니다"라며 신중론을 보이고 있지만, 개학 공포감이 이를 더욱 부추기는 것도 같다. 26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전국 성인 500명 중 49%가 '4월 개학'에, 32.4%가 '9월 개학'에 찬성의 뜻을 보였다.
번번이 실패한 9월 학기제라는 난제를 코로나19가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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