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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하늘길 뚫은 대한항공의 '묘수'… LG 숨통 틔웠다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9 12:15

수정 2020.03.29 20:28

직원 300명 파견 급박했던 LG
아시아나와 전세기 투입 진행중
中, 아시아나 전세기 입국 불허
대한항공, 기존 정기운항 노선에
LG디스플레이 직원만 태워
전세기 띄우는 방법으로 운항
국토부의 빠른 승인도 한 몫
LG디스플레이가 2019년 8월 완공한 중국 광저우의 8.5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공장 전경. 뉴스1
LG디스플레이가 2019년 8월 완공한 중국 광저우의 8.5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공장 전경. 뉴스1
"이달 말까지 무슨 수를 쓰든 직원 300명을 중국 광저우로 보내야 합니다. 전세기가 필요합니다." "최대한 마련해 보겠습니다."

이달 초 LG디스플레이 관계자와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간 긴밀한 대화가 오갔다. 내달 안에 중국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을 가동시켜야하는 LG디스플레이로선 핵심 인력을 현지에 파견할 수 있느냐에 사운이 걸릴 정도로 급박했다. 수년 간 파트너십을 맺어온 LG디스플레이와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출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하늘길이 끊기면서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투입할 수 있는 기종도 넉넉했다.

그러나 출발 직전 문제가 터졌다. 중국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의 전세기 입국을 허가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의 한국발 입국 제한 조치가 큰 변수였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29일 "(당시) 중국의 전세기 입국 허가가 계속 떨어지지 않아 불안했다. 정기 노선편이 있었지만, 코로나19 무감염 확인증을 받은 직원들이 일반 승객들과 함께 타야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측도 "정기 노선편은 기존 예약 승객들이 있어 해당 인력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급박하고 불투명했던 난제가 대한항공을 통해 돌파구가 열렸다. LG디스플레이는 대한항공에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했고, 지난 26일 오전 8시 55분 인천공항에서 출국한 대한항공 KE865편을 통해 직원 290명은 중국 광저우로 무사 입국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이 나서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 것을 놓고 세간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자세히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오전 8시 55분에 출발한 KE856편은 대한항공이 정기적으로 운항하고 있는 노선이다. 일반적으로 4자리 숫자로 구성되는 전세기 편명과는 다른 것이다. 대한항공이 단기간에 LG디스플레이의 중국 전세기 출장을 완수시킨 '묘수'가 여기에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정기 운항 노선을 이용해 전세기를 띄웠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전세기를 띄우는 데 국토교통부와 중국 정부로부터 이미 사업 승인을 받은 '정기 운항편'을 활용했다고 전했다. 항공 노선은 크게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정기 노선과 부정기 노선으로 구분되는데, 전세기는 보통 일회성 운항이기 때문에 부정기 노선으로 분류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 정부는 기존에 있던 정기 노선도 운항을 제한했다. 부정기 노선은 허용되기 더욱 어려운 조건이었던 것이다.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 사태 이후 항공기 신규 취항을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며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모두 정기 운항편이 있는데, 부정기 운항을 허가 받는건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전세기의 중국 입국 허용이 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대한항공은 다르게 접근 했다. 기존의 정기 운항 노선을 이용하되, 실질적으로 LG디스플레이의 직원들만 탑승할 수 있는 전세기를 띄우는 '운영의 묘'를 발휘했다. 대한항공이 이달 광저우행 정기 노선에 대해 운휴 결정을 내리면서 가능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운영을 중단한 노선을 다시 살린 것이어서 LG디스플레이 직원들만 탑승토록 했다"며 "이미 허가가 된 노선이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비교적 쉽게 허용을 해준 것 같다"고 했다. 때문에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세기를 활용해 중국으로 간 첫 기업인이 됐다.

국토부의 지원도 있었다.
대한항공이 중단하고 있는 정기 운항편을 재운항하는 것과 전세기편을 운용하는 점 등에 대해선 국토부의 별도 허가가 필요한데, 큰 문제 없이 승인이 이뤄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꽉 막힌 상황이어서 정부도 최대한 항공사들의 전세기 운항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항공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영 조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국적 항공사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지난 1월 중국 우한 지역에 국민들을 수송하기 위해 전세기를 띄운 데 이어, 이번에 LG 직원들을 광저우에 보내면서 산업계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평가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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