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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들 대규모 경기부양책, 채무위기 불씨 되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31 10:38

수정 2020.03.31 10:38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사진=뉴스1 외신화상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사진=뉴스1 외신화상


[파이낸셜뉴스]신흥국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채무위기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폴란드, 콜롬비아, 필리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뒤를 이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놨지만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데다 선진국들보다 더 높은 채무위기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3월30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신흥국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을 완화하기 위해 선진국들처럼 막대한 재정확대, 유동성 투입 등 사상 최대 규모의 부양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폴란드, 콜롬비아 등의 중앙은행은 이미 발행된 채권이 거래되는 2차시장에서 국채, 회사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브라질과 체코 중앙은행은 대규모 통화공급에 이어 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일 수 있도록 법안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주도해 주요7개국(G7) 중앙은행들이 2008~2009년 금융위기 기간 중 도입했던 양적완화(QE)를 코로나19 후폭풍에 직면한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따라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흥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2012년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을 채무위기에서 구해낸 마리오 드라기 당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무엇이든 다 할 것"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오고 있다.

27일에는 호베르토 캄포스 네토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가 1조2000억헤알(약 287.9조원) 규모의 재정·통화정책을 발표했다. 캄포스 네토 총재는 또 중앙은행이 2차 시장에서 국채를 살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마련도 요구했다.이날 브라질이 발표한 부양책 규모는 신흥국 가운데 압도적인 규모이다.

폴란드 중앙은행도 2주일 전 규모는 특정하지 않은채 '대규모' 국채 매입 계획을 밝혔고, 콜롬비아 중앙은행도 지난주 25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앞으로 6개월 동안 국채 60억달러어치를 사들이기로 했고, 남아공 중앙은행은 25일 규모를 정하지 않고 국채를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전격적인 개입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듯하다. 3월초 치솟았던 국채 수익률이 한 풀 꺾이면서 재정압박도 한시름 덜었다.

그러나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완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무제한 QE가 지난 10년간 선진국들의 실물경제 부양에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검증이 안됐고, 자산가격만 끌어올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인프라가 선진국들에 비해 열악해 정책 효과가 골고루 스며들기 더 어려운 신흥국들에서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골드만삭스의 중남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베르토 라모스는 "(코로나19로 인한) 갑작스런 대규모 실업이나 자영업자(손실)가 많으며 사회안전망은 아예 없는 상태라면 이같은 정책들이 효과를 내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행상과 같은 비제도권 자영업자나 피고용인들은 실업수당을 받을 수조차 없어 심각한 사회불안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규모 부양책은 채무위기의 씨앗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흥국들 대부분이 1990년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외환보유액을 대폭 늘렸지만 비상시에 재정운용이 가능한 재정개혁에는 소홀해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모간스탠리의 신흥국 채권 부문 책임자인 에릭 보마이스터는 "선진국들에서는 생산 확대로 부채 축소가 가능하고, 정부는 자체 통화 발행으로 재정을 충당할 수 있어 대규모 부채가 통제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신흥국들은 같은 정도의 통화·재정정책 여력이 없으며 자신들도 한계를 깨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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