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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내수 11년만에 최악" 감산·자산매각 등 '살길' 찾는다 [코로나19 대진단 산업지형이 바뀐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1 17:32

수정 2020.05.11 17:32

<7·끝> 수요부진 시달리는 철강업계… 체질개선 기회로
1분기 다른 업종보다 선방했지만
올해 내수 판매는 5000t 깨질 듯
매출전망·투자계획 하향 조정
생산설비 구조조정 목소리도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 산업을 셧다운(일시 가동중단) 시키면서 철강 업종도 이를 비켜가지 못했다.

자동차, 전자 등 전방산업의 글로벌 공장 등이 문을 닫으면서 철강사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다행인 것은 올해 1·4분기에는 그 영향이 다른 업종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1·4분기에는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중국이 철강 공급을 대폭 줄여 그 반사이익을 국내 업체들이 봤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의 절반을 생산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코로나19로 제철소 가동률을 낮추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공급 역시 감소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2·4분기부터는 본격적인 수요 감소가 시작될 것이라는 데 철강업계에 이견이 없다. 전방산업의 충격이 시차를 두고 철강업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철강 수출은 장기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1·4분기 통계에는 잡히지 않았다"며 "2·4분기 실적에 바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1·4분기 내수 확대로 비교적 선방

1·4분기 국내 철강산업 수급동향을 살펴보면 1, 2월 수출은 소폭 줄었다. 1월, 2월 수출물량은 각각 250만t으로 전년 대비 5.7%, 2.4% 감소했다. 3월의 수출물량은 257만t으로 1년 전보다 오히려 2.6% 증가했다. 반면 수입은 대폭 줄었다. 철강수입량은 지난 1월, 2월 각각 전년 대비 29.3%(70만t), 37.0%(50만t) 줄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최대 수입선인 중국이 코로나19로 수송 등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국내 수입이 급감했다"고 전했다. 2월 내수는 390만t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5%가량 늘었다. 올해 1·4분기는 수출물량이 크게 줄지 않은 반면 수입물량은 대폭 감소하면서 코로나19의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국제 철강 가격이 떨어지면서 철강 수입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한 것과 함께 국내 철강 기업들도 수출 감소분을 내수에서 지켜내려고 공격적인 영업을 했기 때문에 내수에서 국내 기업들이 선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국내 대표 철강사인 포스코는 시장의 예상보다 소폭 상승한 실적을 보였다. 포스코는 올해 1·4분기 영업이익 7503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분기 대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6.5%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6000억원대 초반의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사태의 글로벌 확산세에도 내수 판매비중 확대 등 탄력적 시장대응으로 수익성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현대제철 역시 1·4분기 영업손실 29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분기에 기록한 영업손실 1497억원에 비해 적자폭이 대폭 축소됐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3월 하순부터 수출물량 및 계약 감소가 현실화됐다"며 "올해는 지난 2008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11년 만에 철강 내수 5000만t 깨지나

철강 수요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철강협회는 올해 내수 판매가 2009년 이래 처음으로 5000만t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철강 내수는 4540만t이었다. 이후 5000만t을 꾸준히 넘었지만 최근 4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수출 역시 지난 9년간 이어지던 3000만t이 위협받게 됐다. 철강협회는 내수의 경우 자동차용 강판의 판매 감소가 예상되며 주택경기 침체로 봉형강 역시 1000만t 붕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상했다. 자동차업계는 전체 철강재 생산량의 30%를 소비하는 최대 수요처다. 철강업계는 작년 하반기부터 자동차용 강판 가격인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업계가 가동중단과 수요부진에 시달리면서 가격인상이 쉽지 않게 됐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국내 철강사들은 이미 실적악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24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조강 생산량을 3410만t으로 제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 1월 기업설명회 당시 생산량(3670만t)보다 7%가량 낮췄다. 포스코는 이날 감산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연간 매출 전망치는 하향조정했다. 올해 전체 매출액은 63조7940억원에서 57조5363억원으로 낮췄다. 올해 계획했던 연결기준 투자 규모도 6조원이었으나 이를 5조2000억원으로 내렸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의 열연전기로 가동중단을 시사했다.
서강현 현대제철 재경본부장은 "감산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로(용광로) 감산은 아직 계획이 없지만 전기로는 생산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가를 절감하고 비핵심성 자산도 매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제철은 서울 강남대로 서초사옥 등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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